LG전자에서 ‘부장’ ‘차장’ 같은 호칭이 사라진다. 대신 서로를 ‘선임’ ‘책임’ 등으로 부르는 새 인사제도가 도입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3월 1일자로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이후 직급 단순화 움직임이 재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LG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수평적,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7월 1일부터 직급 체계를 바꾼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원을 포함한 사무직 직급은 기존 직위와 연공 중심의 5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3단계로 단순화한다. 사원 직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바꾼다.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 같은 직급 체계를 도입하는 건 세 번째다.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시행했고, 이어 LG유플러스가 5월 도입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까지 가세하면서 다른 LG 계열사들도 잇따라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유독 거세진 국내 대기업들의 ‘수직적 호칭 타파’ 바람에는 삼성전자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원1(고졸)~부장 7단계 직급 대신 개인의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CL(커리어 레벨) 1~4 체제를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서로를 ‘님’으로 부르는 호칭 체계도 도입했다. CJ그룹 계열사와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삼성전자보다 훨씬 전부터 ‘님’, ‘매니저’, 영어이름 등을 사용해 왔다.
반면 일찍이 수평적인 호칭 체계를 도입했다가 도로 폐지한 곳도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 시절인 2010년 사원부터 부장까지 호칭을 모두 ‘매니저’로 통일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4년 만인 2014년 폐지했다. 당시 KT는 “차곡차곡 승진하는 일이 없다 보니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올 들어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펴왔다. 3월부터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매주 금요일에는 정장 대신 청바지 등의 차림으로 출근하는 ‘캐주얼 데이’도 국내 전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다. 박철용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CHO)는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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