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 구인영장 물리쳐
특검은 강제 집행 안하고 철수
재판부 “연장해도 보장 못해”
朴의 증인 채택 자체를 취소
일단 서면조사로 대체할 듯
청와대 내 비선진료를 묵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인영장 발부에도 끝내 법정에 서길 거부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 절차가 실효가 없다고 판단,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해 재판이 박 전 대통령 증언 없이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심리로 열린 이 전 경호관의 재판은 증인으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 비선진료와 관련해 상황을 진술하는 자리가 될 뻔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예상됐었다.
오후2시쯤 특검이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1시간 가량 영장집행을 설득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구인영장은 법원이 심문을 목적으로 피고인 또는 증인을 강제로 소환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으로, 구속영장과 마찬가지로 강제력을 갖지만 특검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오후4시쯤 박 전 대통령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 “증인이 건강을 이유로 거부했고, 물리력을 통해 강제로 영장 집행을 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판단해 철수했다”며 “다시 기일을 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인영장에는 ‘특정 날짜와 특정시간에 법정에 인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영장 집행에 실패하면 법원을 통해 새 구인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결정 자체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기일을 더 연장한다 해도 출석이 보장될 수 없는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인이 불출석 사유서에 서면조사에는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며 “특검에서 서면으로 조사를 시도해 주기 바란다”고 박 전 대통령 증언 없이 재판을 이어나갈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수감 중인 증인이 구인영장 발부에도 법정에 소환되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영장이 발부됐는데도 구치소 수감된 증인이 이를 거부해 형사재판에 나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경호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 결과를 이 전 경호관 측에서 증거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서면조사 내용의 사실여부 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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