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 결정
청와대 주도 국방부는 뒷전
외교부 발표 연기 요구도 묵살
◆반입 과정
朴 탄핵 후 오히려 서둘러
미국측은 9월까지 배치 목표
◆사드 비용
트럼프 ‘10억 달러’ 발언 논란
김관진 백악관 논의 내용 밝혀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는 배치 결정에서부터 장소 선정, 장비 반입 시기, 비용 분담까지 거의 전 과정이 석연치 않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권력 공백기에 들어갔는데도 대선을 앞두고 사드 장비들이 전격적으로 반입ㆍ배치된 것을 두고 ‘사드 못 박기’란 뒷말도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사드 도입 과정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31일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한 국방부의 보고 누락을 확인함에 따라 조사의 칼날은 결국 사드 도입 전반의 의혹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관전 전 안보실장이 이끌던 국가안보실이 새 정부에 사드 자료를 일체 넘기지 않고 국방부도 사드 보고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 같은 사드 전반의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조사 의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드 배치는 지난해 3월 한미간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약정(TOR)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방부는 “논의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수개월간 협의내용은 베일에 싸였다.
배치 결정부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미는 7월 8일 돌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전날 김관진 전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차관을 대신 보내며 회의에 빠졌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뒤로 밀린 셈이다.
특히 닷새 후인 13일 배치장소를 성주로 확정해 공개하는 과정에서, 외교부는 중국의 반발과 9월 초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해 발표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사드 성주 배치를 결정하고서도 주민 반발에 밀려 장소를 공군포대에서 골프장으로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군 관계자는 31일 “누가 사드 배치를 주도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는지가 먼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장비 반입 과정도 상식을 벗어났다. 지난해 7월 발표 당시 사드 배치 목표시한은 올해 9월이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며 스케줄을 공개했다. 이에 올해 7~9월이 배치시점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이후 오히려 사드 배치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주한미군에 부지공여를 하기도 전에 환경영향평가업체부터 선정하며 쫓기듯 서둘렀고, 3월 6일 밤 오산기지를 통해 사드 발사대 2기를 들여왔다. 성주 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는 등 사드 운용할 여건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당장 사용할 수도 없는 장비부터 들여온 것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사드 배치가 탄력을 받자 군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3월 10일) 이후 배치 과정은 더 거침이 없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4월 20일 미군에 부지공여를 완료하자 25일 밤 오산기지에 들어와 있던 사드 레이더와 부산항으로 도착한 나머지 발사대 4기를 극비리에 성주 쪽으로 옮겼다. 이어 26일 새벽 레이더와 발사대 2기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성주 골프장으로 반입됐다. 당초 국방부는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5월 9일 대선 이전 사드 배치는 어렵다”며 연막을 쳤지만 미군은 성주에 배치한 사드를 다음날 바로 가동하며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도록 아예 못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밝힌 ‘10억 달러’ 비용 분담도 명쾌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부담을 우리 정부에 이미 통보했다고 밝힌 만큼, 김관진 전 실장이 1월과 3월 백악관을 찾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관진 전 실장이 새 정부에 사드 관련 자료를 넘긴 게 전혀 없다”며 “사드 배치 과정의 문제점을 숨기려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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