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7개국 청소년 500여명
고성 비무장지대 9㎞ 행진
“철책선 보니 분단 현실 실감”
평창올림픽 종목 체험하기도
“외국친구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27일부터 3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린자하(16)군은 한국의 분단 현실을 보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최북단 고성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 등을 둘러본 그는 “전 세계에서 테러와 포성이 멎기를 간절히 바라는 메시지를 적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청소년들이 동부전선 최전방을 찾아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강원교육청이 마련한 ‘세계평화교육 페스티벌’에 참가한 일본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서 온 500여명의 청소년들은 통일전망대에서 철책선을 지나 고성군 현내면 DMZ박물관에 이르는 9㎞ 구간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행진을 벌였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여파로 한국 방문이 불투명했던 중국 학생 46명도 행렬에 동참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239㎞ 길이의 비무장지대를 상징하는 239m 대형 펼침막에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글귀를 적어 넣으며 ‘평화 지킴이’가 될 것을 다짐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65)씨는 몸짓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즉석 공연을 열어 큰 박수를 받았다. 동해 북평고 이상민(17)군은 “손에 잡힐 듯 선명히 보이지만 갈 수 없는 북한의 해금강과 철책선을 바라보며 분단 현실을 새삼 실감했다”며 “하루빨리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강릉을 찾아 아이스하키 등 평창동계올림픽 종목을 체험하며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공을 골대에 넣는 골볼과 보치아, 휠체어 컬링 등 패럴림픽 종목을 함께 하면서 장애우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강릉 단오제 현장을 방문해 관노가면극을 비롯한 한국의 멋과 맛을 직접 체험했다. 러시아 사할린 중학교에 다니는 애들리나 마니우로바(15·여)양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1년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평화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동아시아 청소년 모두가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고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