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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김옥빈 "여배우 액션 영화 잘돼야해 이 악물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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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김옥빈 "여배우 액션 영화 잘돼야해 이 악물고 촬영"

입력
2017.05.3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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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은 “태권도 등 운동을 좋아해 언젠가는 꼭 실력발휘를 하고 싶었다”며 “영화 ‘악녀’를 통해 소원성취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김옥빈은 “태권도 등 운동을 좋아해 언젠가는 꼭 실력발휘를 하고 싶었다”며 “영화 ‘악녀’를 통해 소원성취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영화 ‘악녀’(8일 개봉)는 액션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시작과 끝에서 각각 15분간 펼쳐지는 통렬한 액션이 꽤나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액션의 중심에 있는 배우는 김옥빈(29)이다. 무술이든 검술이든 여느 남자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화려하다. 막판에는 도끼에 기관총까지 들고 총력전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액션을 펼쳐낸다. 여자 배우의 액션을 앞세운 영화 ‘니키타’나 ‘콜롬비아나’ ‘킬빌’에 버금가는, 충무로에선 보기 드문 영화다. ‘악녀’는 지난 28일 막을 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악녀’는 어릴 때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가 국가비밀조직에서 일하게 되면서 겪는 사랑과 배신, 복수를 그린다.

3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옥빈은 “여자가 액션영화의 주인공인데 (투자를 해준)제작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기까지 꽤 어려움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김옥빈은 더욱 이를 악물고 액션이면 액션, 감성연기면 감성연기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았다. 그는 “’못한다’는 뒷말이 나올까봐 더 열심히 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그 누군가는 더 이상 (여자 액션영화 제작이라는)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김옥빈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긴 복도를 배경으로 쌍칼로 무장한 숙희가 마스크를 쓴 남자들을 모조리 제압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남자들에게 숙희는 작은 동정심마저 보이지 않는다. 영화 ‘올드보이’ 의 유명한 ‘장도리 장면’을 떠올릴 만큼 강렬하다. 고층건물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는 등 김옥빈은 액션으로 관객을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액션이 꽤나 안정돼 있다. 김옥빈이 실제로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라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김옥빈은 영화 ‘악녀’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NEW 제공
김옥빈은 영화 ‘악녀’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NEW 제공

김옥빈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자신이 있어서 액션이 담긴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악녀’ 시나리오를 받고는 너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며 “왜 (이런 시나리오가) 지금 나왔나 할 정도로 갈증을 느꼈었다”고 덧붙였다.

김옥빈의 혼신의 노력은 영화의 결말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마을버스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이다. 한 손에는 도끼는 들고, 다른 손으로는 달리는 버스에 매달리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김옥빈은 스턴트맨에게 맡기지 않게 직접 소화해냈다. 버스에 매달려 있다가 차창 유리를 발로 깨고 들어가 격투를 벌이는 고난도 액션연기는 아찔하다.

영화 ‘악녀’의 마지막 장면은 김옥빈이 마을버스를 활용한 액션으로 장식된다. 김옥빈은 달리는 버스에 한 손으로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을 선보인다. NEW 제공
영화 ‘악녀’의 마지막 장면은 김옥빈이 마을버스를 활용한 액션으로 장식된다. 김옥빈은 달리는 버스에 한 손으로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을 선보인다. NEW 제공

김옥빈은 “지난해 7월부터 훈련해서 10월에 촬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8개월 가량 운동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만족스러워 뿌듯했다”며 “성취감과 동시에 자신감을 준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옥빈은 “영화 ’박쥐’(2009)와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 ‘악녀’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꼽았다. 사제를 사랑한 흡혈귀(‘박쥐’), 소매치기(‘유나의 거리’), 킬러(‘악녀’) 등 여배우로서는 접하기 힘든 역할을 해내며 크게 성장했다. 그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된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할리우드 영화 ‘미스 슬로운’과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히든피겨스’ ‘재키’ 등 여자를 스크린 중심에 세운 작품들이 “부럽다”고도 했다. “김선아 고현정 전도연 진경 선배님 등 좋은 여배우들이 많으니 더 많은 여자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더했다.

김옥빈은 지난해 촬영을 끝낸 ‘일급기밀’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방산비리를 다룬 영화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두려운 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지금이 너무 좋아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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