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와 양서 파충류는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해 많이들 죽습니다. 물론 거기에서 조류도 예외는 아니죠. 하지만 다른 분류 군에 비해 조류에게 유독 더 치명적인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리창입니다.
유리창은 매년 수많은 새들을 안타깝게 죽게 만듭니다. 유리창은 주변의 생태환경을 반사합니다. 이를테면 새들에겐 유리창 안에 서식처가 존재하는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투명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들은 양쪽이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빈 공간으로 인식하고 빠르게 비행해 들어갑니다.
1970년대 말부터 조사된 바에 따르면, 유리창은 서식지의 파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조류의 죽음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1년에 약 10억 마리의 조류들이 유리창 충돌로 죽는다고 하니 엄청난 셈이지요.
생명의 피고 짐은 자연의 섭리인지라 죽음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생물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탄생만큼 죽음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로드킬이나 유리창 충돌로 인한 죽음엔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개체의 건강 상태와는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를 제거해버립니다. 경험이 많은 나이든 동물이나 특정 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일부 개체들은 이러한 위험요소를 감지하고 학습합니다. 참새들이 대학 식당 구내까지 들어와 밥알만 주워 먹고 나가는 것처럼요. 그러나 어린 동물이나 이주성 동물의 경우 도시화된 인공구조물에 대한 학습이 전혀 없기에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렇듯 유리창은 많은 동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한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그 쓰임새를 확장하고 있고, 이제 건물 전체를 유리창으로 만들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권장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유리창 청소하지 말자는 것인데, 실천하기에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서 ‘버드세이버’라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매나 독수리 등 맹금류의 실루엣을 스티커로 만들어 유리창에 부착해 새들을 내쫓는 것인데,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빈 공간도 있으니 여전히 위험합니다. 지난 2013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도 버드세이버를 부착한 유리문의 빈 면적에 멧비둘기가 충돌해 폐사하고야 말았지요. 흔히들 새들이 맹금류 모양을 무서워해 접근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새들은 사람보다 더 시력이 좋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량의 스티커를 붙여야만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자외선 반사필름이나 타공필름, 하다못해 커튼을 제대로만 쳐두어도 가치가 있습니다. 유리창 앞쪽에 7.5㎝ 간격으로 끈을 길게 내려뜨려도 효과가 있답니다. 모기장과 같은 망을 달아두어도 좋습니다.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있는 새들의 능력에 착안한 자외선 반사테이프도 있습니다. 이 테이프로 자외선을 반사시켜 새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것인데요. 국립생태원에서는 상생프로젝트를 통해 건물 유리창에 이 자외선 반사필름을 부착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한 맹금류 전시장의 큰 유리창에는 전시장 내부에서 바깥이 보이지 않도록 타공필름을 부착했습니다. 새들이 유리창 바깥의 관람객을 마주하며 느낄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유리창과의 충돌도 막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야생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유리창 충돌처럼 이유 없는 불합리한 죽음일 것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 동그람이 카카오스토리 바로가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