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등에 요격미사일 확충
대북 압박 수위 더 높일 가능성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장거리 미사일 요격시험에 성공했다. ‘총알로 총알을 맞춘 것’(Bullet hit a bullet)인데, 이는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차단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서 중대 진전을 거둔 것으로, 향후 대북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가정한 요격시험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시험은 태평양 마셜군도 콰절린 환초에서 미 본토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요격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요격 미사일에 실린 길이 1.524m ‘요격체’가 태평양 상공 외기권에서 표적을 직접 타격, 격추했다. 이번에는 실제 ICBM 대신 기존 미사일보다 비행 속도를 한층 빠르게 만든 ‘맞춤형’ 미사일을 사용했지만 향후 시험에서는 ICBM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의 짐 실링 국장은 “이번 시험은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 시스템의 엄청난 성과이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또 “매우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신뢰할만한 억지 수단을 갖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의 ICBM 공격 방어를 위한 요격시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달 14일 최대 사거리 4,500~5,000㎞의 준(準) IC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향후 2~3년 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이번 시험 전까지 총 17차례 미사일 요격시험을 실시했고, 이 중 9차례만 성공했다. 미국은 이날 성공한 ICBM 요격 기술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한편,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이미 배치된 요격미사일 숫자를 현재 36기에서 올해 말까지 44개로 늘릴 예정이다.
워싱턴 관계자는 “미국은 초기 단계지만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요격 기술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응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요격시험 성공과 때맞춰 진행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으며, 미국은 잠시 접어 두고 있는 ‘정권 교체’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주최한 토론회에서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외부 세계로 보내는 신호가 아니며 전적으로 군사적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대화를 하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오해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도 “북한은 실제로 핵을 장착한 ICBM으로 워싱턴이나 뉴욕을 타격할 역량을 최후 억제수단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의도가 명확한 만큼 제재와 압박 이외에도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을 더욱 압박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막후채널을 통해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새 제재 결의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금주 중 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NHK는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전단이 모항 요코스카를 출항해 31일 동해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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