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천 남항 서쪽 10㎞ 해상에 통신 장비를 실은 두 척의 배가 떴다. 한 쪽 배에는 송신기, 다른 쪽 배에는 수신기가 바닷속 약 25m 깊이에 매달려 있었다. 송ㆍ수신기는 ‘수중 통신’ 시연을 위해 마련된 시험용 장치들. 취재진이 탄 수신용 선박 모니터에 “웰컴, 프레스(Welcome, press)”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500m 떨어진 송신용 선박에서 보낸 메시지가 바닷물을 뚫고 전달된 것이었다. 수중 통신을 시연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진이나 문자 등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해 음파에 실어 보낸 뒤 이를 수신기에서 받아 다시 원래 형태로 복구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바다 속에 ‘통신 고속도로’를 깐다. 지구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통신이 불가능했던 바다 속에도 기지국을 설치해 문자나 사진을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이날 호서대와 함께 인천 남항에서 수중 통신망 환경을 만들어 바닷속 통신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수중 기지국 기반의 통신망은 반경 10~15㎞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수중 감지기(센서)와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로 구성된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소리로 변환된 다음 음파를 통해 해수면 위 통신 부표로 전달되고, 이 데이터가 다시 일반 통신망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음파를 활용하는 건 물 속에서 이동 가능 거리가 수십㎞나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휴대폰 통화 등을 할 때 이용되는 전파는 물 속에서는 몇m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이날 시연 때는 바닷속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사람이 인위적으로 입력했지만 앞으로는 곳곳에 흩어진 센서들이 자동으로 감지하고 통신하게 된다. 수중 통신망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잠수함을 상시 감시하고 식별하는 등 국방용으로 쓸 수 있고, 해류가 갑자기 바뀌면 이를 파악해 쓰나미나 해저 지진 조기 경보를 내릴 수도 있다. 바닷물의 흐름ㆍ수온ㆍ염도ㆍ조류 속도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아 수산 자원을 보호하거나 해양 환경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세월호 사고 때 이런 기술이 있었다면 빠른 수습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임태호 호서대 교수는 “선박 사고 발생 때는 수중 기지국을 사고 위치에 설치해 잠수부나 수중 로봇이 바다 속에서 사진을 찍어 보낼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호서대 등은 2019년까지 수중 기지국과 센서 간 통신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어 2021년엔 수중망과 육상망을 연결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초기에는 센서나 수중 통신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야 수중 통신이 가능하겠지만,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수중 통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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