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흘리는 백승호./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5월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전광판 스코어가 1-3을 가리키는 가운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는 수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백승호의 모습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1,361명의 관중뿐 아니라 포르투갈 선수들에게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포르투갈 알렉산드리 시우바는 백승호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A조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 2위로 16강에 올랐으나 '난적' 포르투갈에 완패했다. 신태용호는 대회 초반 공격과 수비에서 조화를 보였으나, 갈수록 골 결정력과 수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신태용표 축구는 이른바 '공격 축구'였다. 하지만 지난 4경기를 종합할 때 '공격 축구'의 색깔이 잘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대표팀은 4경기에서 유효슈팅 15개를 기록했고 6골을 뽑아냈다. 유효슈팅수가 기대 이하였다. 5월 26일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3차전(0-1 패)이나 같은 달 30일 열린 포르투갈과 16강전(1-3 패)만 놓고 보면 공격력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신 감독은 대회 전 취재진과 만나 "신태용호 축구는 1골 먹으면 2골을 넣는 식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신태용호의 경기당 평균 득점(1.5점)과 평균 실점(1.25점)은 엇비슷했다.
신 감독은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개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아우르며 호평을 받았다. 다만 그 역시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인 '수비 불안'을 극복하진 못했다. 공격 축구를 추구했지만, 막상 수비에서 빈틈이 많다 보니 실점이 잦아지면서 공격 축구라는 색깔까지 무채색으로 희석됐다. 스리백과 포백의 혼용도 근본적으로 약한 수비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진 못했다. 신태용호는 포르투갈전에서 포백을 들고 나왔지만, 측면 수비에서 허점을 보였다.
2005년 AC밀란(세리에A)이나 1990년대 이탈리아 대표팀을 비롯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쏘아 올린 히딩크호 등 강팀들은 대체로 끈끈한 조직력과 강한 수비가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수비 보완이 한국 축구가 개선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물론 신태용호가 남긴 성과도 많다. 한국 축구는 U-20 월드컵을 통해 '바르샤 듀오'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의 진가를 재확인했다. 둘은 대회 4경기에서 2골씩을 뽑아냈다. 이승우는 FIFA로부터 "번개 같은 스피드의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으로부턴 "기량이 대단하다. 그라운드 장악력이 특히 뛰어나다. 혼자서 그라운드 20~30m 반경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임민혁(20ㆍFC서울), 이상헌(19ㆍ울산 현대), 조영욱(18), 송범근(20ㆍ이상 고려대) 등이 대표팀 깜짝 스타로 떠오른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임민혁(기니전)과 이상헌(포르투갈전)은 1골씩을 기록했으며 조영욱은 '바르샤 듀오'와 함께 삼각편대를 구성, 매 경기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송범근은 조별리그 3경기까지 270분을 뛰면서 14개의 선방을 기록해 선방율 87.5%로 마이클 우드(미국ㆍ17개)에 이어 대회 선방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전에서 대량 실점했지만, 차세대 골키퍼 재목이 탄생했다는 점은 한국 축구로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U-20 대표팀 선수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 주자들로 여겨진다. 지난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때 한국의 8강행을 이끌었던 선수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이번 젊은 태극 전사들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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