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한국이 5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A조 조별리그 3차전(0-1 패)에서 이기거나 비겼다면 어땠을까. 스포츠에 가정이 없고 결과론적인 얘기가 될 순 있겠지만, 신태용호가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완패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같은 달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3으로 무기력하게 졌다. 8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지난 1983년 이후 34년 만의 4강 진출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잉글랜드전 패배의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결과다. 5월 20일 기니전(3-0 승)과 5월 23일 아르헨티나전(2-1 승)에서 승승장구한 신태용호는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3차전에선 정예 멤버를 구성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잉글랜드전 직후 "최선을 다했다"는 뻔한 얘기를 했지만, 잉글랜드전 선수들의 움직임은 앞서 기니, 아르헨티나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상민(19ㆍ숭실대) 등 대표팀 수비수들은 육탄 방어전에 가까운 수비를 펼쳤다. 상대의 짧은 패스도 슬라이딩을 하며 걷어냈고, 공격수와의 신체 거리도 '압박' 수준으로 밀착됐다. 그러나 잉글랜드전에선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들을 수시로 놓쳤다. 수비 뒷공간은 번번이 뚫렸고 상대가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따라붙는 경우도 많았다.
스포츠는 '관성의 법칙'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다. 특히 축구 같은 구기 종목들은 대개 '흐름' 싸움이다. 기니를 가볍게 누르고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었을 때 한국 선수단의 기세와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가 2경기 연속 골을 넣었을 땐 대회 득점왕 전망까지 나왔다.
잉글랜드전에서 이들은 교체 멤버로 나왔다. 선발 출장해 물오른 골 감각과 경기력을 마음껏 과시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체력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갔을 경우 대표팀은 4일을 쉴 수 있었고, 조 2위를 기록했더라도 3일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풀 전력을 가동해 잉글랜드전에서 이기거나 비겼다면 한국은 하루 더 쉬는 데다, 기니,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6강전을 펼칠 수 있었다.
잉글랜드전 패배는 실력보단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 감독은 16강행 확정 후 "(포르투갈보단) 이란이 우리에겐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진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신태용호의 그러한 '전략'과 '조심스러움'은 결국 자충수가 돼 돌아왔다.
비단 신태용호뿐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국제 대회에 나설 때면 '대진'과 '경우의 수', '상성'을 상대적으로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해외의 많은 감독들이나 선수들은 혹여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더라도 자신감이나 넉살만큼은 최고다.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은 한국전을 하루 앞둔 지난 달 1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서도 승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느 팀과 상대하든 이기겠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보다 이란이 나은 상대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좋게 말하면 '치밀함'이 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경기 전부터 포르투갈에 심리적으로 밀렸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축구에도 과감함이 필요한 때다. 조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충분한 휴식 기간이 있었던 터라 잉글랜드전에서 풀 전력을 가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지난 4경기에서 2승 뒤 2패를 했다. 3연승이나 2승1무를 기록,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면 상대가 누구든 분위기 싸움에서도 쉽게 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U-20 월드컵 16강 탈락이라는 신태용호의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기는 사실상 잉글랜드전이었다는 판단이다. 포르투갈전보다 잉글랜드전 패배가 유독 크게 느껴진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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