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사진=KF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3월 초 전설의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57ㆍ아르헨티나)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 수 백 명의 팬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5:5 미니 축구경기(풋살)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신태용(47) 감독도 함께 했다. 이벤트 후 신 감독은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마라도나가 이렇게 열심히 뛰고 즐기는 모습은 충격이라고 할 정도"라면서 "이런 자세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마라도나의 열정은 비단 신 감독뿐 아니라 현장의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 때 최선의 플레이가 나오고 한국 축구는 한 단계 더 발전한다는 걸 그때 신 감독도 절감한 듯 보였다. 그 깨달음은 필연적으로 선수단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신 감독은 U-20 4개국 친선대회를 위해 선수들을 소집한 직후 첫 주문이 "이 시간부터 창의적으로 하라. 안 되도 다음에 잘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발전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라"였다.
멀리 내다본 신 감독의 선견에 지난해 9월 아시아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고 선장마저 잃은 U-20 대표팀은 단시간에 수준급의 팀으로 개조됐다. 강호들을 연이어 상대한 평가전과 본선 조별리그에서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최고의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신태용호는 지난 30일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1-3으로 지며 34년만의 4강 신화 재현에 실패했다. 포르투갈전에서 드러난 경기 내용을 놓고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들끓는다. 일각에서는 결과론에 입각해 대회 도중 선수 로테이션을 하고 다양한 전술적 실험을 감행한 신 감독을 향해 자만했던 게 아니냐는 질타도 내놓는다.
신 감독은 급작스럽게 U-20 대표팀을 맡기 전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본과 결승전에서 충격의 역전패(2-3)를 당했고 본선 8강에서는 온두라스에 석패(0-1)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번번이 잘 싸우고도 고비마다 토너먼트의 문턱을 넘지 못해 세 번째 좌절을 맛봤지만 대한민국 축구계는 신 감독이 남긴 긍정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신태용호의 화끈한 공격축구는 답답한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호와는 달리 시원함을 선사했다. 권위주의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다. 현장에서 본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융화하며 신나고 창의적인 색깔을 입히는 등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하고자 부단히 애썼다. 신태용호만의 공격축구는 얘기를 나눠본 거의 모든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고개 숙인 대표팀을 맡아 짧은 준비기간에도 진일보한 팀을 만든 공로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상윤(48) 건국대 감독은 "그 동안 U-20 대표팀이 옛날에 비해서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신 감독이 개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아우르며 조직적으로 팀을 잘 만들었다"며 "(앞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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