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노래방 비상구에서 50대 남성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비상구는 문을 열면 2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이른바 ‘낭떠러지 비상구’로, 이 남성은 화장실 입구인 줄 알고 문을 열고 발을 디뎠다가 참변을 당했다.
낭떠러지 비상구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부산 동구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해 한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으며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추락 위험이 있는 비상구는 전국에 1,270여곳에 달한다.
비상구 아래 폭이 좁은 직각 사다리 외에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천만한 ‘낭떠러지 비상구’는 그러나 위법이 아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비상구의 위치, 규격, 구조, 재질 등만 명시돼있을 뿐 비상구 외부에 대해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경보음 발생 장치와 추락위험 알림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개정됐지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기존 시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 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13조 2항에 의거, 영업장의 화재배상책임 보험 가입은 의무 사항이다. 그러나 화재 외 기타 사고 발생 시 보상이 가능한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 보험이나 영업배상책임 보험 등은 의무 조항이 아니다.
이럴 경우에 피해자와 업주 간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시설 소유주가 화재 외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소유주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민ㆍ형사상 고소, 고발로 이어져 법률적 판단에 맡기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업장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보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정인(26ㆍ가명)씨는 얼마 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다가 화장실 선반에 부딪혀 안와 골절상(안구를 둘러싼 뼈의 골절)을 입었다. 김씨는 자신의 부주의는 아니었을까 여러 차례 확인했으나 선반의 위치상 눈 주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보험사로부터 “소방안전법 위반도 아니고, 심각한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보상이 안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처럼 영업장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시설에 크게 하자가 없거나 위험을 사전에 이용자들에게 인지시켰다면 보상처리가 안될 가능성이 크다. 낭떠러지 비상구의 경우 비록 시설 자체는 위험하지만 업주가 비상구에 경고문을 부착하고, 주변의 조명을 환하게 하는 등 방호 조치를 했다면 피해를 입었더라도 보상을 적게 받거나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김준호 중앙손해사정사 손해사정인는 “업주가 모든 시설에 대해 100% 방호 조치를 할 수 없다”며 “이용객의 부주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조사 시 과실 및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안전사고 보상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만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김씨는 “분명 다친 사람이 있는데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법에서 모든 걸 세세하게 규정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없도록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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