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성의 모습 없어”
인사성과를 관리하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기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기소된 A(48)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은 또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모 TV방송미술업체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3월 24일 경기 안성시의 한 모텔에서 부하 직원인 B(25ㆍ여)씨를 2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무대장치 작업을 하기 위해 출장을 온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회식에 참석했다가 B씨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모텔까지 바래다 달라”고 한 뒤 강제로 객실 안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에게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 잘 보여야 근무평가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선배보다도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B씨의 근무평가서 사진도 보여줬다.
A씨는 당시 부서 직원 40명의 인사성과를 관리했고 근무평가 때 3번 연속 마이너스평가를 주게 되면 부하 직원을 퇴직시킬 수 있었던 권한도 있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B씨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무릎 꿇고 사죄할 기회를 주라. 미안하다’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으나 법정에선 “피해자와의 합의 내지 묵시적인 동의 하에 한 행동”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부하 직원인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라며 “피고인에게서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점,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는 등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는 점, 피해자는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게 단지 사직만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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