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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 사장 “배터리ㆍ화학 집중…2020년까지 최소 10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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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 사장 “배터리ㆍ화학 집중…2020년까지 최소 10조 투자”

입력
2017.05.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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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2.0” 선언

올해 유럽에 배터리 공장 건설 등

향후 3년간 최소 10조 투자

2025년 시장 점유율 30% 목표

화학 사업은 고부가 제품 주력

“기업가치 30조로 끌어올릴 것”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으니, 이젠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이기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아프리카 초원으로 전쟁터를 옮기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 서린동 SK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존의 정유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배터리ㆍ화학 사업에 투자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을 하는 것이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 1.0’이었다면 경쟁력을 강화해 승자독식의 주인공이 되는 ‘딥체인지 2.0’으로 방향키를 돌리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딥체인지’에 맞춰 SK이노베이션이 사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사장과 각 본부장들이 참석했다.

김준 사장이 ‘딥체인지 2.0’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두 가지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이 잘해왔던 사업인 석유, 윤활유, 석유개발은 해외 시장 확장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배터리와 화학 분야는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14년 순차입금이 7조9,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9,000억원으로 줄어들 만큼 체력이 강화돼 2020년까지 최소 10조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면서 “추가적인 투자 기회가 있다면 사업부문간 상호출자 방식까지 고려해 투자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딥체인지 2.0의 속도를 가속화하려는 것은 에너지ㆍ화학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간 원유 시장 헤게모니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저유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적 혁신이 에너지ㆍ화학 산업과 접목되면서 큰 변화가 생기고 있고,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은 김 사장이 “그간 조심조심 진행해왔다”고 할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매출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분야다. 그는 “지금까지가 연습게임이었다면 이제 본게임이 시작됐으니 제대로 된 베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량을 지난해 말 기준 1.1GWh(기가와트시) 수준에서 2020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에는 유럽에도 배터리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화학 사업은 공급 과잉 상태인 기초 화학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 및 자동차용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과감한 M&A(인수합병)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자산 비중을 현재 25%에서 2020년까지 50%로 늘리고 비정유 사업의 비중도 현재 55%에서 2020년까지 70%로 확대할 것”이라며 “2014년 7조원이었던 기업가치를 현재 16조원으로 끌어올린 과정이 딥체인지 1.0이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30조원으로 올리는 것이 딥체인지 2.0의 목표”라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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