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선 때 보수 텃밭 대구서
31년 만에 정통 野후보로 당선
친문과는 거리… 온건파로 입지
당내 대선경쟁 땐 문자폭탄 받기도
文대통령 “난 김부겸의 동지” 신임
차기 주자로 우뚝 설 기회 될 수도
30일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지명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ㆍ대구수성갑)은 여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지역 통합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 받는다. 자신의 고향이자 여권의 불모지인 대구에 내려가 수 십년간 깨지지 않던 지역주의의 장벽을 깨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 김 후보자는 지역주의를 넘어서 지방 분권을 진척시킬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는 이날 장관 지명 뒤 기자회견에서 “내년 개헌 문제가 나오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 후보자는 당내 뚜렷한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채 온건 진보파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경기 군포에서 16~18대까지 내리 3선을 한 그는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출마하며 지역구도 타파의 최전선에 나섰다.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던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62.3%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다.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에 정통 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보수 성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일약 대선주자급으로 떠올랐다. 기세를 탄 김 후보자는 지난해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지만 정권심판 기류가 강한 정국에서 합리적 온건파로서의 입지를 찾지 못해 대권의 꿈을 미뤘다. 김 후보자는 대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대구ㆍ경북(TK) 선거를 지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친노ㆍ친문과 거리를 뒀던 김 후보자는 올해 초 대선 경쟁 과정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문자폭탄 공세를 받기도 했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선거운동 중 받은 시민들의 야유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김 후보자의 글이 알려지자 문 대통령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김부겸 동지가 쌓아온 아픔을 딛고 일어서겠다”며 “김부겸이 문재인의 동지가 아니라 문재인이 김부겸의 동지다”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과거 문 대통령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소개한 인연을 빗대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김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2012년 대선에 이어 두 번이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고, ‘뚝심 있는 정치인이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지방분권 강화의 추진 주체인 행자부 장관으로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이런 신뢰가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직후 “제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대구는 지금 지방분권활동의 중심지다”라면서 “지방분권 활동한 게 2년이 되고 대선 과정에서 그런 목소리를 냈는데 이런 부분들을 (문 대통령이) 평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저를 행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뜻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 투명한 봉사행정의 정착 등"이라며 “이를 확고하게 제도화 한 장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 후보자가 지방분권 등의 과제를 무리 없이 수행해 낸다면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주자들이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행보에 제약을 받는 반면 김 후보자는 이를 총괄하는 행자부 장관으로서 전국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당청 가교 역할을 묻는 질문에 “행자부가 아직 서울에 있으니 아무래도 의원들과 만날 시간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부와 국회간 의견 창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른 감이 있지만 김 후보자의 입각으로 차기 주자간 은근한 물밑 경쟁도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59) ▲경북고ㆍ서울대 정치학과 ▲16, 17, 18, 20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18, 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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