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새 회계기준 대비 보험사 건전성 제도 대폭 강화
2021년부터 국내 보험사에 적용될 새 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대비해 국내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보험금)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들이 미리 자본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 산정 시 반영하는 보험 부채의 잔존 만기(듀레이션)를 기존 20년에서 단계적으로 30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RBC제도 개선안을 30일 발표했다.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변할 때 자산 또는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금리 민감도다. 현행 RBC 제도는 금리 리스크를 계산할 때 보험계약 만기를 20년으로 한정한다. 하지만 IFRS17은 만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당국이 이번에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30년으로 늘리는 이유다.
하지만 부채 듀레이션을 늘리면 보험사로선 그만큼 금리변동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특히 과거 연 5%가 넘는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 생명보험사들은 더 큰 부담이다. 부채가 늘면 순자산(자본-부채)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보험사의 RBC 비율도 하락한다.
RBC는 보험권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규제제도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겨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준비금 외 추가로 자산을 쌓도록 한 장치다. 보험사로선 적정 RBC 비율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부채만큼 자본을 쌓아야 한다. 당국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RBC 기준을 강화한 이유다.
대신 제도개선에 따른 충격 완화 차원에서 올해 12월에 일단 25년으로 확대하고 내년 12월에 3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보험사가 원하면 당장 오는 6월부터 만기를 30년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훨씬 정교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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