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광교산 집 제공은 특혜” 반발
협회 “인문학 도시 만들자” 호소
염태영 수원시장도 대책 마련 주문
경기 수원문인협회가 고은 시인 지키기에 나섰다. 규제에 묶인 광교산 주민들이 이웃한 고은 시인에게는 수원시가 주택을 마련해주는 등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며 ‘퇴거’를 요청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협회는 30일 수원문학인의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 시인은 인문학 도시 수원의 문화브랜드를 한층 더 높이고자 수원시장이 삼고초려 끝에 광교산 자락으로 모신 분”이라며 “고은 시인을 수원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은 시인과 같은 광교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이 최근 “우리는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때문에 재산피해를 보고 있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특별 지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고은 시인은 광교산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다.
시민들의 요구에 고은 시인이 수원을 떠나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수원지역 문인 등은 ‘고은 시인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다음 달 2일 수원문학인의집에서 열려던 ‘수원문학관(또는 홍재문학관) 건립을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협회는 "수원시민 모두가 고은 시인과 역량을 모아 노벨문학상을 받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문학 도시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날 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광교산 일부 주민들의 고은 시인 퇴거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관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인 정의의 문제이고 상식의 문제”라며 “어렵게 모셔온 우리 보물을 걷어차려는 행동에 시가 아무 일도 못한다면 이게 무슨 꼴이겠냐”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해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안성시에서 20여 년간 거주하다 수원시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지난 2013년 장안구 광교산 자락으로 이사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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