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must, can, will’ 같은 것을 조동사라 하는데, 우리말에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 버렸다”는 친구들이 떠나면서 무엇을 버렸다는 뜻이 아니다. ‘친구들이 떠난 행동’이 완료되었다는 뜻이다. 이 문장에서 서술어의 주된 뜻은 본용언 ‘떠나다’에 있고, ‘버리다’는 ‘떠나다’의 뜻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본용언의 뜻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용언을 가리켜 보조용언이라 하며, 이는 다시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로 나뉜다.
영어와 다른 점은, 국어에서는 보조용언이 본용언의 뒤에 나온다는 점과 같은 단어가 보조용언으로 쓰이기도 하고 본용언으로 쓰이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티브이를 보다’에서 ‘보다’는 ‘시청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본용언이지만, ‘책을 읽어 보다’에서 ‘보다’는 ‘읽는 행위를 시도함’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다. ‘나는 집에 있다’에서 ‘있다’는 ‘머물다’라는 뜻의 본용언이지만, ‘책을 읽고 있다’에서 ‘있다’는 ‘읽는 행위가 진행 중임’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다.
보조용언은 별개의 단어이므로 본용언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경우에 따라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띄어 써서 틀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만, ‘-어지다’, ‘-어하다’ 유형에 한해서는 붙여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들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방이 따뜻해지다’에서 ‘지다’는 ‘따뜻한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지만 ‘따뜻해 지다’와 같이 띄어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혼 생활을 행복해하다’에서도 ‘하다’는 ‘행복하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지만 ‘행복해 하다’와 같이 띄어 쓰지 않는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