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 공방
“부패ㆍ분열로 패배” 자성도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원인 분석과 당 진로 논의를 위해 마련한 토론회가 한때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황태순 정치평론가 등 외부 전문가들의 대선 결과 평가, 질의ㆍ응답, 자유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외부 평가 직후 마이크가 단상 아래로 내려가자 사달이 났다. 맨 처음 발언권을 얻은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할 만한 짓거리를 했냐, 죽일 X이라 할 만큼 잘못했냐”고 내부에 총을 겨눴다. 탄핵 직후 탈당했다 대선 직전 복당한 옛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경기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작년 총선 패배 때도 아무도 책임 지는 사람이 없더니 이번 대선에서도 ‘내가 잘못해 졌다’는 사람이 없다. 탈당해 바른정당에 갔다가 복당했던 분들마저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격분한 중앙위원회 당직자가 “개XX도 주인 공격 안 하고 한 번 개XX는 영원히 주인을 따른다. 친박(親朴)ㆍ비박(非朴) 나뉘어 싸우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겠냐”며 욕설 섞인 원망을 늘어놓으면서 행사 분위기는 완전히 엉망이 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민경욱 의원이 수 차례 “그만하라”고 제지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청중석에서도 “마이크 빼앗으세요”,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안 되는 거야”, “사리분별도 못하고” 같은 맞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진단과 반성도 없지 않았다. 윤창현 교수는 “보수 정당 패배 원인은 부패와 분열”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로 부패 이미지가 생겼고 탄핵을 둘러싼 과정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우현 경기도당위원장은 “처음부터 죽기 살기로 뛰었으면 (득표율이) 30%를 넘었을 수도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자성을 촉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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