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제도 개선 추진에
與조차 “청문회는 국회 권한”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고위 공직자 검증 기준’ 마련을 두고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회가 제각기 나서며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31일까지 ‘인선검증 기준개선 및 청문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음달 말 임용 기준을 수립하겠다”고 30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위장전입을 포함한 인사 배제 5대 원칙을 직접 밝혔기 때문에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회 차원에서도 고위 공직자 검증과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관한 세부기준을 마련할 기구를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꾸릴 것을 합의하면서 컨트롤타워가 두 곳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전날 국회에서 진행한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기준 마련 기구 설치를 합의했다. 국정기획위와 국회가 따로 고위 공직자 인사 기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박 대변인은 “국정기획위 안은 장기적으로 적용하는 안이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바로 적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국회, 특히 여당에서조차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에서 안을 마련하면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국회와 청와대가 합의할 순 없다”면서 “국회는 인사청문을 하는 검증기관이기 때문에 검증기관에 맞는 기준을 여야 합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위는 추천 과정에서의 검증 기준을, 국회는 청문 과정에서의 검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정기획위가 인사청문 제도 개선까지 다루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도 야권이 월권이라 반발하면서 벌써부터 전운이 감지된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은 이날 “청문회 기준은 청문회를 하는 당사자인 국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도 “아무리 정권 초기라고 할지라도 국회가 할 일을 (국정기획위가) 하는 건 분수를 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문회 정국 돌파를 위한 고육지책인 고위 공직자 검증 기준 마련이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면서 향후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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