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이 예술이나 문화적 열등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습니다. 한 가지 예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인데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다수 문학인 예술인이 이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이제 원칙이 되살아나고 도덕성이 회복되고 상식이 되찾아지는 나라가 되길 원했고, 조금이라도 제 소설이 거기에 기여해주길 바랐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장외인간’(2005)년 이후 12년 만에 새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제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없지만 사찰자 명단에는 있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활동이 축소돼 수시로 쌀이 떨어질 정도로 곤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소설은) 세상을 썩게 만드는 것들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도 했다.
소설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의 염사(念寫)를 도와주는 지인과 꽃가게 주인, 괴짜 검사, 기자, 식물 등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는 모임을 만들어 사회정의 구현에 나서는 내용을 다룬다. 작가는 “증명할 도리는 없지만 10여년 동안 달의 지성체들과 대화를 해왔다”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만물과 소통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고 독자들에게 새 세계를 열어 줄 것이란 생각에 식물과의 소통을 소설에 차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에서 환경 파괴 주범이 된 4대강 사업의 주요 인물들을 찾아 응징하는 장면을 장황하게 묘사한 데 대해서는 “(작품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은 없다. 소설 등장인물로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말을 아꼈다.
소설은 지난해 9월부터 웹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했던 글을 단행본 2권으로 묶어낸 것이다. 작가는 “책 안 읽는 시대가 됐기에 서점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처음으로 웹진에 연재했다”며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지만 앞으로 더 연습해 적응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도 피력했다. 간담회 직전 발표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대해 “시인이 장관이 됐으니까,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남다르리라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문화예술을 체제유지 도구로 생각하는) 가치관을 수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도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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