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리프트로 ‘상남자’ 변신
6단 전자제어 기어 시스템은
수동 기어 특유의 울컥거림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푸조 2008’은 2014년 국내 출시 이후 누적판매 6,000대를 기록한 푸조의 주력모델이자 베스트셀링카다. 올해 2월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치면서 거친 상남자로 탈바꿈하기까지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는 전면의 프론트 그릴이다. 격자 무늬의 그릴 중앙에 페이스 리프트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큼지막하게 장착된 푸조 로고와 날렵하게 다듬어진 블랙의 헤드램프, 푸조의 시그니처인 사자가 할퀸 듯한 발광 다이어오(LED) 리어램프는 카리스마 넘치는 SUV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고양시 킨텍스까지 오가며 시승해봤다. 푸조 2008에 대한 첫인상은 소형 SUV에서 연상되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 해치백 208을 기반으로 제작한 탓인지 날렵해 경쾌한 운동성이 예견됐다.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고속주행인 레이싱에 특화된 모델”이라며 “코너링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푸조 2008의 핸들 크기는 일반 차량들에 비해 유별나게 작다. 주행조작을 편리하게 하고 코너링에서 재빠른 기동을 발휘하기 위한 조치다. 레이싱 차량에 주로 쓰이는 이유다. 처음 접해보는 소비자들은 운전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다만 작은 핸들에서 비롯되는 조작의 편리함은 이를 충분히 상회한다는 판단이다. 핸들에 달린 패들 쉬프트를 통해 주행 중 변속을 해 나가는 재미 또한 컸다.
푸조 2008은 수동 기반의 6단 전자제어 기어 시스템(MCP)을 갖추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차량에 클러치 페달만 없을 뿐 클러치를 통한 기어변속을 자동으로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저속 변속 시 차량이 앞뒤로 흔들리는 수동 기어 특유의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자동 변속 차량의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상남자의 이미지에 반해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푸조 2008의 연비는 16.6㎞/ℓ에 달해 기름값 걱정도 덜하다. 하지만 디젤 차량인 만큼 차량의 정숙성은 떨어졌다. 고속 주행 시 엔진음과 풍절음이 상당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소형 SUV에선 좌석의 안락함과 공간성이 중요하다. 소형 SUV를 몰고 싶어도 자신의 큰 체격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푸조 2008의 경우 이런 면에서 부족했다. 기자(신장 188㎝)는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었는데도 무릎이 핸들에 닿았다. 거친 주행의 재미를 찾는 20,30대 남성이 혼자 운전하기에는 좋으나, 여럿이서 함께 타야 한다면 푸조 2008을 선택하기에 고민스러울 듯싶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