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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고민해봅시다] 영등포 쪽방 철거민 중 임대주택 입주 5명뿐… 주민 자립지원이 우선

입력
2017.05.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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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 빼곡히 붙어 있다. 신지후 기자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 빼곡히 붙어 있다. 신지후 기자

2003년 도시의 흉물이라던 서울 영등포지역 쪽방촌이 하나 둘 철거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쫓겨난 이들은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얻거나 이주비로 당시 돈으로 420만원씩을 보상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후로도 추방의 삶을 살아야 했다. 영등포지역 쪽방촌 후원 업무를 담당하는 영등포쪽방상담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영등포 쪽방촌 철거 이후 추적이 가능했던 철거민 71명 가운데 25명(35.2%)이 10년 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임대주택으로 입주한 사람은 고작 5명뿐이었다.

구룡마을 재개발을 둘러싼 깊은 갈등의 해법을 두고 전문가 다수가 주민 자립 지원을 급선무로 꼽는 건 이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으로 판자촌에서 밀려난 주민들 상당수는 노숙인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수년 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만큼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민철 전국쪽방상담소협회 부회장은 “구룡마을 주민 중에는 노인들이 많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상당 수라 바로 거리로 내몰리진 않더라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꼼꼼한 모니터링과 보호시설 마련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우선권을 주더라도 보증금이나 월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개발ㆍ보급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거친 노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공방이나 작업장 같은 공동체 시설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재개발되는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 더 넓게는 강남구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직접적인 금전 지원이 아니더라도 간접 보조를 해준다면 지속 가능한 자립능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서울시 제공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서울시 제공

문제는 선별이다. 구룡마을 주민 전체가 저소득층은 아닌 만큼 면밀한 소득ㆍ재산 조사를 기반으로 지원을 시행하지 않으면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한 무임승차자 또한 생길 수 있다. 실제 2014년 감사원의 구룡마을 감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92가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 등 저소득층은 187가구(17.1%) 남짓이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에는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내는 정책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데, 미국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를 ‘소득 대비 30% 이상’은 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무조건 임대료를 깎아주는 개념이 아니라, 소득 대비 적절한 임대료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적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지주 갈등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강남구 등이 지속적인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명래 교수는 “서울시와 SH공사 등은 현재 사업 방식 내에서 정확한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주와 당국이 상호 이해할만한 수준의 보상책이 마련되도록 지속적으로 대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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