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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이 삼성 합병 지지한 건 정신 나간 주장… 국제 소송 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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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이 삼성 합병 지지한 건 정신 나간 주장… 국제 소송 빌미”

입력
2017.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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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출석

靑이 국민연금에 영향 정황 제시

박ㆍ최 측 “추측으로 증언 말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본격적인 증인 신문 절차에 돌입한 29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한 경제 전문가가 과거 삼성그룹 합병을 지지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또 다시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함께 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은 12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 동안 한 차례도 최씨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등의 재판에 함께 나와 삼성그룹-제일모직 합병에 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을 제시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이 청와대 뜻으로 합병에 찬성 입장을 취한 정황을 폭로하며 “향후 국제 소송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 전 대표가 몸담았던 한화투자증권은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 전 대표는 삼성 측에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쓰도록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전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인 박창균 교수로부터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을 한 것은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을 듣고서 굉장히 놀랐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ㆍ경제적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합병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박근혜 피고인이 당시 어떻게 생각했든 법에 개입한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기업간의 문제에 대통령이 간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였다.

주 전 대표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한 사실도 공개됐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과 최씨 측은 주 전 대표의 말을 근거 없는 추측으로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주 전 대표가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선 두 차례 법정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파란색 정장에 올림머리로 나타난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할 말이)없습니다”라며 발언을 극도로 아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외면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오전 10시쯤 최씨가 법정에 들어서며 먼저 피고인 석에 앉아 있던 박 전 대통령 쪽을 바라봤지만,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며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박 전 대통령 옆에서 발언을 자제하던 최씨는 재판 말미에 딸 정유라씨의 송환 문제를 언급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비속어까지 꺼내며 “딸이 들어온다고 해서 흥분된 상태”라며 “검찰이 제 딸에게도 (조사를 하며)협박을 할 게 아닌가”라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다.

재판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을 떠나려 하자 방청석에선 3, 4명의 시민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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