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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약 먹는 것 빼면 나도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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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약 먹는 것 빼면 나도 평범한 사람”

입력
2017.05.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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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묶이고 강박 당한채 주사

치료하러 왔는데 더 큰 우울감”

“상담 고교교사가 낙오자 취급”

반인권적인 강제입원 실태

투병∙사회 편견 이중고 담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약을 먹지 않겠다고 버틸 때마다 사지를 묶인 채 강박을 당한 채 약보다 더 강한 주사를 맞고 잠들어야 했어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병원에서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했을까요. 나는 더 위축됐고 더 큰 우울함에 사로잡혔습니다. 나중엔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 입원을 했어요.”(조울증 진단을 받고 3개월간 강제 입원했던 38세 여성)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으로 살다가 난데없이 병을 얻게 된 사람입니다. 사회에 증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아닙니다.(중략) 나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빼면 정말 평범한 사람입니다.”(조현병 환자로 재활 뒤 사회복지사가 된 32세 남성)

‘제1회 정신질환 인식개선을 위한 사회복귀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정신질환 경험자들의 수기 32편에 담긴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들의 지역사회 복귀 성공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개최한 공모전으로 30일 시상식이 열린다.

수기에는 이들 또한 평범한 사람들로서 질환 발병에 괴로웠던 심정이 담겨있다. 남성 A(37)씨는 4년차 직장인이던 5년 전, 갑자기 증세를 보였다. 그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주위 사람이 저를 죽일 거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며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긴 병원생활로 직장을 잃고 정상적 생활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조현병은 집중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돼 모든 자극을 중요하게 느끼게 되면서 환각·환청 등을 겪는 질병이다.

고등학교 입학 직후 성적 압박과 교우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조현병에 걸린 39세 여성 B씨는 “중학교 때는 ‘개그우먼’이라 불릴 정도로 학교의 스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들이 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흉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음의 아픔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는 척 행동하는 것도 힘들었다. 중증 우울증과 공황장애 환자인 25세 여성은 “계속 연극을 해야 했다. 보통 사람인 척, 평소처럼 회사를 다니고 거짓웃음을 지어야 했다. 정신이 아프다고 했을 때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떠나갈까 무서웠다”고 했다. 36세 남성은 “고등학교 때 증상을 겪고 상담을 요청한 담임선생님은 내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고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만 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정신질환자를 낙오자로 대할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12면-국가별 정신질환 평균 입원일수
12면-국가별 정신질환 평균 입원일수

무엇보다 강제입원은 잊지 못할 고통으로 각인된 경우가 많았다. 정신질환으로 술은 먹은 뒤 집안에서 집기를 부쉈던 34세 남성 C씨는 “소란을 피운 뒤 거실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데 갑자기 건장한 청년 3명이 나를 강제로 제압한 후 강력범죄자 다루듯 팔을 밧줄로 묶고는 응급이송단 차량에 태우고 낯선 곳으로 데려갔다. 정신병원에서는 전화도 정해진 시간에만 보호사 감시 하에 할 수 있었다. 또 약을 먹을 시간에는 1열로 줄을 세우고 약을 먹은 후 보호사 앞에 가서 입을 벌려 확인을 받아야 했다. 병원 밖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TV시청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교도소 같았다. 내가 동물보다 더 못한 인간이 됐다는 수치심이 들었다.”

이들은 사회의 따뜻한 시선을 절실히 바랐다. “부디 우리를 비웃지 말아 주세요. 정신질환자를 백안시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병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겹습니다.”(44세 여성 조울증 환자)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깐깐히 하고 강제 입원 당한 환자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적절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30일부터 시행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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