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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규제,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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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규제,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게”

입력
2017.05.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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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14개 과제 제안

‘이것만 하라’는 포지티브 규제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골자

성과연봉제 도입ㆍ방카슈랑스 확대

일부 요구는 새 정부와 엇박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문정인 정부에 대한 은행권의 요청 사항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을 설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제공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문정인 정부에 대한 은행권의 요청 사항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을 설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제공

은행권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이것만 할 수 있다’는 그 동안의 규제 방식을 ‘이것만 빼고 모두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바꿔 달라는 게 골자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등 새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요구와 논란이 일 만한 사안도 없잖다. 문재인 정부가 은행권의 목소리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금융업계의 지각 변동 등도 예상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14가지)을 국민인수위원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국내 금융 산업은 과거의 법과 제도, 관행 등 낡은 틀에 갇혀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도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이제는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핵심은 규제 철폐다. 하 회장은 현재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Negative) 규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에는 할 수 없는 것만 명시하고 여기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 혁신적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수준이 중국에 비해도 한참 뒤떨어진 것은 이런 규제 방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은행권은 또 금융산업 운용방식을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업권별 칸막이를 세운 전업주의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겸업주의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한국도 해외의 유니버설뱅킹(은행이 예금ㆍ대출 외에 증권과 보험 업무까지 겸업할 수 있도록 한 제도)처럼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 국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전후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금산분리ㆍ은산분리 문제와 관련해서 하 회장은 “적용 기준을 업종에서 금융회사의 실제적인 업무와 규모 및 역할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강화, 경영의 투명성과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치금융’에 대한 경계다. ▦연금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블록체인(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블록 조각처럼 분산해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는 거래 정보 분산 저장 기술) 생태계 조성 ▦스타트업 기업 지원 확대 등은 이미 정부가 추진하거나 이견이 적어 정책 반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2017-05-29(한국일보)
규제/2017-05-29(한국일보)

다만 일부 요구들은 새 정부 기조와 거리가 있거나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반대하고 있는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요구는 업권간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 판매상품ㆍ비율ㆍ인원 등을 제한한 방카슈랑스 업무 확대는 그 동안 은행들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상품 중심으로 불완전판매를 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행정자치부의 지문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대목도 국민 개인정보 보호와 직결된 사안이라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성과 중심의 인사ㆍ보상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성과연봉제 원점 재검토라는 새 정부 기조와는 어긋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당국 수장이 결정되면 청와대와 조율할 제언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간 ‘이자장사’에 안주해 온 은행권이 생산성 저하, 이자수익 의존 등 고질적 문제가 마치 규제 때문인 것처럼 포장한 부분도 없잖다”고 꼬집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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