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까지 강수량 평년의 절반
기상관측 이후 두번째로 낮아
밀양 36.6도 등 벌써 폭염주의보
여름 내내 평년보다 기온 높을 듯
논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며 농심(農心)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을 간신히 웃돈다. 6월 강수량 역시 예년에 한참 못 미칠 예정이어서 올 여름 가뭄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벌써 시작된 폭염 역시 올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292.7㎜)의 56%에 그쳤다. 같은 기간 누적강수량 기준으로는 1973년 기상관측 이후 2000년(153.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다.
올 봄 가뭄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일부 지역은 특히 심각하다. 강원 지역의 지금까지 강수량은 144.6㎜로 역대 최저에 머물고 있고, 서울ㆍ경기 지역의 강수량(122.0㎜)은 평년의 49.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충남 지역은 작년부터 비에 목말라 하고 있다. 최근 1년간 강수량이 평년의 66% 수준으로 전국 평균(81%)에 한참 못 미친다.
여름철에도 평년에 비해 비가 적게 내리면서 가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6월 강수량이 평년(158.6㎜)보다 적을 거라고 예보했다. 장마가 늦어지면서 강수량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7월 강수량도 평년(289.7㎜)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8월에야 평년(274.9㎜) 수준의 강수량이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지방은 7, 8월 평년 수준의 강수량이 예상되지만 중부지방은 평년보다 적을 것”이라며 “북태평양고기압이 태풍 진로를 막는다면 여름에도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물 부족 현상도 극심하다. 모내기가 시작됐지만 농업용수 저수율은 평년(75%)에 한참 못 미치는 61%에 머물고 있다. 특히 경기(39%), 충남(47%)지역의 저수지는 절반도 못 채운 상태다. 충남 서부지역 8개 시ㆍ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10.8%로 3월 말부터 농업용수를 감축하는 ‘경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올 여름은 지난해 못지않은 찜통더위도 예상된다. 이미 19일 대구를 중심으로 영남 내륙지역에 올해 첫 번째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이날 영남, 전남 일부 지역에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날 경남 밀양시의 최고기온이 36.6도를 기록하면서 이 지역의 5월 최고기온을 갈아치웠으며 경북 영천(36.1도), 경남 합천(35.9도) 등도 5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대구(35.9도), 경북 구미(34.8도), 경남 양산(34.7도) 등 영남 내륙지방 대부분 수은주는 33도 이상을 찍었다. 30일에도 내륙 지방의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된다면 올해도 열대야,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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