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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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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

입력
2017.05.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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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는 다양하고 중첩적으로 형성됐다. 선출된 권력이라 할지라도 헌법에 명시된 권한 이상의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부패한 제왕적 권력, 정치와 경제의 상층부에 공고하게 요새화된 기득권, 권력남용의 일상화, 비리의 사슬로 연결된 부패한 기득권 구조 등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국가권력이 사유화되고 주권자위에 군림했던 사이비 민주주의는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 비리 구조를 필연적으로 불렀다. 경제적 이익의 유용에 정치권력이 동원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구 이념이 보수로 미화되어 역사를 왜곡하는 적폐들이 독버섯처럼 쌓여왔다.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진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교과서 폐지,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 지난 정권이 맹목에 가깝게 집착했던 ‘비정상’을 정상화시킨 조치에서 정권교체를 실감했다. 대통령의 소통과 공감의 행보 또한 의미가 작지 않다. 파급 효과는 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불과 3주전의 41%의 지지는 두 배가 넘는 지지와 기대로 변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적폐가 심각했다는 방증이며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해소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 국민의 신뢰를 반영한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방산비리는 정권적 차원의 적폐의 상징이다. 이른바 ‘사자방’에 투입된 국민의 혈세는 국가권력의 상층부에 위치한 포식자의 먹잇감에 다름 아니었다. 대통령의 감사원에 대한 4대강 사업 조사 지시를 절차적 정당성에 위배된다고 보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이를 지난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려는 시도에는 음모의 혐의가 짙게 깔려있다. 인권의 경시는 권력을 사유화한 집단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용산참사와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서 국가폭력은 정당화 되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의 해괴한 굿판을 벌인 적폐세력은 ‘보수’로 위장됐다. 이러한 국면들은 정상적 인지구조로는 해석될 수 없는 적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적폐는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으로 치환됐고, 협치의 강조는 미래로, 부조리 척결은 과거로 대척되는 미묘한 역설이 존재했다. 구조화된 불평등 구조와 부정의가 고착화한 사회에서 협치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지향으로 개혁과 통합을 내세웠다. 여기서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책무인 적폐청산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 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약했다.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진 ‘야만’은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함께 사라져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여타의 정권과는 다른 역사적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정권 출범 때 예외 없이 등장하는 일상적 정치문법의 ‘개혁’을 넘는 사회 전반의 왜곡된 구조의 정상화가 긴요하다. 시민사회 각 분야에 똬리 틀고 있는 비리 구조에 대한 개혁은 거시적 차원의 검찰 개혁, 재벌 개혁, 방송 개혁 못지 않게 중대한 개혁 과제다.

위기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혁명적 발상이 아니면 민주화 이후에 누적되어 왔던 위기적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개혁은 좌절되고 말 것이다. 개혁과 기득권 세력과의 타협이 선순환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내연(內燃)하는 이념적 갈등, 분출하는 시민적 요구들과 대내외적 위기들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복합적 위기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은 국민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다.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으로 프레임화하려는 기득 세력의 시도가 본격화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폐청산이 미래를 여는 단초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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