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정신 훼손 없을 것” 5대 원칙 재차 강조
총리 인준 이후 향후 조각 가능한 점도 감안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의 인사 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야당의원들과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인선의 첫 단추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부터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할 경우 정권 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가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만큼,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해 온 야3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야당에 타협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선 첫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인사탕평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지명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했던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관련자를 배제하겠다는 고위 공직자 인선 원칙을 재확인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5대 비리 인사 배제 공약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당초 예정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주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외에 세금탈루, 거짓해명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사 논란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이뤄져야 인사 제청권 행사로 향후 조각(組閣)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정부 초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의식해 자유한국당 등의 사과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한편,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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