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가 관광객용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근대건축물을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민과 상인, 시민예술단체들은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문화자치연구소 거리울림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18개 시민예술단체와 시민, 상인들은 29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중구는 송월동 2가 4 옛 애경사 건물의 철거를 즉각 중단하고, 인천시는 보전 조치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중구가 철거에 나선 건물은 2층짜리 3채로 모두 붉은 벽돌로 만들어졌다. 손장원 재능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 건물들은 건물 양식상 1920~1930년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손 교수는 “건축물로서나 그 역사적 용도에 있어서나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회숙 도시자원연구소 공동대표는 “이 건물들은 개항 초기 인천의 산업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정확한 건립 연도는 모르나 애경사의 비누공장이 해당 터에 1912년에 건립됐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장 공동대표에 따르면 이 건물들이 있던 자리는 애경공업유지의 전신인 애경사가 비누를 생산하던 곳이다. 과거 이 일대에는 현재 남경포브아파트 자리에 있던 인천전기와 도요다양조장, 츠치가와정미소, 천일양조장 등이 밀집해 있었다.
중구는 동화마을,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을 짓기 위해 건물에 입주했던 업체 6곳에 대한 보상과 매입 작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지붕 철거에 나선 상태다. 중구 관계자는 “주차난이 너무 심각한 상태”라며 “건물 대장상 195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근대문화재로도 등록되지 않아 보존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민예술단체 등은 성명서에서 “중구는 이미 신흥동 조일양조장 건물을 철거해 주차장을 만들었고 신포동 동방극장을 비롯해 인천축항에서 노역했던 백범 김구의 기념관이 들어서면 좋았을 국일관을 허물었다”며 “중구는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인 근대건축물을 철거하는 만행을 중단하고 인천시는 건물의 현상 보전과 학술 조사를 통해 산업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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