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일대서 동해로 450km 비행
단거리 미사일 스커드–C 추정
합참 “개량형 여부는 분석 필요”
美항모 2척 참여 합동훈련 앞두고
미사일 성능 과시하며 무력 시위
대화 재개 때 협상력 제고 포석도
북한이 29일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올해 들어 9번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벌써 3번째다. 이 같은 연쇄 도발은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와 미사일 성능개량, 향후 대화국면에서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3중 포석의 복합적인 제스처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최고 고도 120여㎞, 비행거리 450여㎞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 1발이 6분간 날아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미 항공모함 칼빈슨이 동해에 투입된 데 이어 내달 초에는 로널드레이건까지 가세해 2척의 항모가 합동 훈련을 실시하려는 와중에 이뤄졌다. 30일에는 태평양에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훈련도 예정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항모를 향해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쏜 것”이라며 “하지만 미사일의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미사일 고도와 사거리에 비춰 스커드-C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1980년대 실전 배치한 사거리 500㎞의 단거리 미사일이다. 다만 북한이 최근 액체에서 고체연료로 미사일을 속속 개량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스커드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한번 연료를 주입한 뒤에 장기간 이동하며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정보자산으로 탐지하기 어렵다. 합참은 “개량형 여부는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올해 들어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며 현대화, 다종화된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2월 12일과 이달 21일 발사한 북극성 2형은 준중거리(사거리 3,000㎞), 3월 6일 발사한 스커드-ER은 단거리(사거리 1,000㎞), 이달 14일 발사한 화성 12형(KN-17)은 중거리(사거리 5,000여㎞)로 분류된다. 군 관계자는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을 빼고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돌아가며 발사한 셈”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향후 대화가 재개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을 승인하는 등 유화기조를 유지하고 미국 정부도 군사적 옵션을 배제한 채 대북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일정 수위의 도발을 계속해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 동결 등 대화를 통해 해법을 도출하는 국면으로 바뀔 경우를 대비해 그 전에 시험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미사일을 쏠 것으로 보인다”며 “확보된 미사일 능력을 내세워 대화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