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제주ㆍ서남해안 점령
중국 보아이만서 대량 유입 추정
유입량 예년보다 많고 부패까지
그물 등 양식시설 피해 우려 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네요.”
29일 오전 제주 제주시 애월읍 동귀 포구 해안가 백사장은 파도에 밀려온 검푸른 해초로 뒤덮여 있었다. ‘바다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이었다. 중국에서 조류를 타고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괭생이모자반은 최근 초여름 더위에 썩어 들어가면서 퀴퀴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포구 한쪽에서는 공무원과 주민들이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괭생이모자반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바다에서 밀려온 양이 너무 많아 애를 먹고 있었다. 중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포구 주변은 그래도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해안가 바위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괭생이모자반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강창송 동귀어촌계장은 “올해 해안으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양이 예년보다 훨씬 많아 수거작업에 한계가 있다”며 “괭생이모자반이 썩기 시작하고 있어 앞으로 더 더워지면 악취 등으로 견디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괭생이모자반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제주 해안을 점령한 괭생이모자반은 조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전남 신안과 무안 등 서남해안을 덮치기 시작했다. 양식어민들은 “매년 밀려드는 모자반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해안에 출현한 것은 3월 초부터.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 해역에 자생하는 모자반과 달리 식용이 불가능한 괭생이모자반은 중국 보아이만(발해만)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북서풍을 타고 우리 해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3~5m 길이로 떠내려오는 모자반은 곧바로 양식장 지주대와 그물에 달라붙어 다시마와 전복 등 수산물의 생장을 가로막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기름띠로 보일 정도다.
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 북서부 해안 지역에만 1,200톤 가량의 괭생이모자반이 유입됐다. 다행이 제주지역에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해안 생태계 피해는 물론 악취, 해수욕장 개장 준비 등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어업인들과 주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시는 이날 ‘괭생이모자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시는 공무원과 자원봉사단체, 어업인, 군부대 등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대대적인 수거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선박 안전 운항과 항만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청소 선박인 청항선, 바지선 등을 투입해 해상에서 이동 중인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할 계획이다.
전남도 수산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서남해안 일대 양식장 코 앞까지 괭생이모자반이 검푸른 띠를 형성하며 밀려들고 있는 탓이다. 양식어민들은 이 때문에 지주대나 파이프, 그물 등 양식시설이 손상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신안군 우이도와 홍도 인근에 1,000톤 가량(추정), 해남 송지면 인근에 1,600톤 가량 괭생이모자반이 띠를 이룬 것으로 최근 관측됐다. 또 신안 칠발도, 진도 조도ㆍ독거도ㆍ외병도 주변에서도 소량이 발견됐다. 도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수산과학원의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시ㆍ군별로도 예찰을 강화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22일 선박과 드론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동중국해 북부해역과 제주 서남부 해역에서 폭 2~5m에 이르는 괭생이모자반 덩어리들이 최장 수 ㎞의 띠를 이뤄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괭생이모자반의 이동경로와 분포도 예찰을 통해 모자반 유입 해안과 그 동안 손이 미치지 못했던 해안을 중심으로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수거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수거작업에 지역주민과 자생단체, 어촌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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