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리틀 태극전사 중 가장 주목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골키퍼 송범근(20ㆍ고려대)이다. 그의 별명은 ‘송붐’이다. 아버지 송태억 씨가 ‘제2의 차붐’이 되라는 뜻으로 아들 이름을 ‘범근’으로 지어 화제를 모았는데 실력까지 빼어나다. 194cm의 큰 키와 뛰어난 판단력으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매 경기 눈부신 선방을 펼치고 있다.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송범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르투갈이 C조 조별리그에서 고전하긴 했지만 공격력만큼은 최강 수준이다.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도 있어 송범근 어깨가 더욱 무겁다.
송범근은 승부차기에 강하다.
그는 경북 용운고 2학년 때인 2014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8강 승부차기에서 경기 초지고의 1,2,3번 키커 슈팅을 모두 막아 3-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용운고 사령탑이었던 전우근(40)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감독은 “3연속 선방은 처음 봤다”고 했다. 프로에서는 2년 뒤인 2016년 8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FC서울 유상훈(28ㆍ상주상무)이 포항 키커 3명의 슈팅을 모두 걷어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송범근은 이에 앞서 이 대회 16강에서도 하남축구클럽을 상대로 4-3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다. 고 3때인 2015년 1월 용운고는 금석배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4년 만에 전국 대회 정상에 올랐는데 이 때도 보인고와 4강에서 3-2 승부차기 승리를 책임졌다. 작년 U리그(대학) 왕중왕전 4강 승부차기에서도 라이벌 연세대의 첫 번째 킥을 막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전우근 감독은 “범근이가 골대에 서면 공간이 안 보인다. 워낙 잘 막기도 하지만 상대 키커카 실축 하는 경우도 많다”며 “큰 키에 비해 순발력이 좋아 빈틈이 없다”고 칭찬했다.
물론 송범근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는 “승부차기를 하면 동료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진다. 90분 내에 16강전을 끝내고 싶다”면서도 “만약 (승부차기로) 가면 자신은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늦게 기량을 꽃피운 케이스다. 신용산초 4학년 때까지 공격수였다가 골키퍼로 전환했다. 세일중을 졸업할 때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전 감독은 ‘지금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골키퍼가 있다’는 은사 세일중 감독의 말을 믿고 송범근을 용운고로 데려갔다. 전 감독은 “젖 살이 채 빠지지 않아 통통한 편이었고 키도 지금처럼 안 컸다. 아버님 키가 크길래 범근이도 더 클 거라 보긴 했다. 무엇보다 어린 녀석이 기본기가 탄탄했다”고 했다. 송범근은 전 감독의 신뢰 속에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뛰었다. 송범근은 처음에 개인훈련까지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 감독이 “범근아, 몇 년 후 우리나라에서 U-20 월드컵이 열린다. 그 무대를 누비는 너를 상상해봐라”고 말한 뒤 달라졌다. 독하게 개인훈련에 매달렸다. 키가 훌쩍 자라고 살도 쏙 빠지며 골키퍼로서 이상적인 체형으로 성장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덕에 경험과 감각이 더해져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2014년 말 처음 U-18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의 인생 첫 태극마크였다. 그 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던 선수라 전 감독에게 ‘도대체 송범근이 누구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전 감독은 자신과 약속대로 요즘 U-20 월드컵에서 펄펄 나는 제자를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 때도 송범근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전 감독은 “범근이는 한국 축구의 넘버 원 수문장이 될 수 있는 선수니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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