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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공격수 ‘송붐’의 쇼 타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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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공격수 ‘송붐’의 쇼 타임이 시작됐다

입력
2017.05.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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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골키퍼 송범근(오른쪽)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상대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U-20 대표팀 골키퍼 송범근(오른쪽)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상대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신태용호의 리틀 태극전사 중 가장 주목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골키퍼 송범근(20ㆍ고려대)이다. 그의 별명은 ‘송붐’이다. 아버지 송태억 씨가 ‘제2의 차붐’이 되라는 뜻으로 아들 이름을 ‘범근’으로 지어 화제를 모았는데 실력까지 빼어나다. 194cm의 큰 키와 뛰어난 판단력으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매 경기 눈부신 선방을 펼치고 있다.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송범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르투갈이 C조 조별리그에서 고전하긴 했지만 공격력만큼은 최강 수준이다.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도 있어 송범근 어깨가 더욱 무겁다.

송범근은 승부차기에 강하다.

그는 경북 용운고 2학년 때인 2014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8강 승부차기에서 경기 초지고의 1,2,3번 키커 슈팅을 모두 막아 3-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용운고 사령탑이었던 전우근(40)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감독은 “3연속 선방은 처음 봤다”고 했다. 프로에서는 2년 뒤인 2016년 8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FC서울 유상훈(28ㆍ상주상무)이 포항 키커 3명의 슈팅을 모두 걷어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송범근은 이에 앞서 이 대회 16강에서도 하남축구클럽을 상대로 4-3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다. 고 3때인 2015년 1월 용운고는 금석배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4년 만에 전국 대회 정상에 올랐는데 이 때도 보인고와 4강에서 3-2 승부차기 승리를 책임졌다. 작년 U리그(대학) 왕중왕전 4강 승부차기에서도 라이벌 연세대의 첫 번째 킥을 막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전우근 감독은 “범근이가 골대에 서면 공간이 안 보인다. 워낙 잘 막기도 하지만 상대 키커카 실축 하는 경우도 많다”며 “큰 키에 비해 순발력이 좋아 빈틈이 없다”고 칭찬했다.

물론 송범근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는 “승부차기를 하면 동료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진다. 90분 내에 16강전을 끝내고 싶다”면서도 “만약 (승부차기로) 가면 자신은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이승우(왼쪽)과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송범근. 전주=연합뉴스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이승우(왼쪽)과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송범근. 전주=연합뉴스

그는 늦게 기량을 꽃피운 케이스다. 신용산초 4학년 때까지 공격수였다가 골키퍼로 전환했다. 세일중을 졸업할 때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전 감독은 ‘지금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골키퍼가 있다’는 은사 세일중 감독의 말을 믿고 송범근을 용운고로 데려갔다. 전 감독은 “젖 살이 채 빠지지 않아 통통한 편이었고 키도 지금처럼 안 컸다. 아버님 키가 크길래 범근이도 더 클 거라 보긴 했다. 무엇보다 어린 녀석이 기본기가 탄탄했다”고 했다. 송범근은 전 감독의 신뢰 속에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뛰었다. 송범근은 처음에 개인훈련까지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 감독이 “범근아, 몇 년 후 우리나라에서 U-20 월드컵이 열린다. 그 무대를 누비는 너를 상상해봐라”고 말한 뒤 달라졌다. 독하게 개인훈련에 매달렸다. 키가 훌쩍 자라고 살도 쏙 빠지며 골키퍼로서 이상적인 체형으로 성장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덕에 경험과 감각이 더해져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2014년 말 처음 U-18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의 인생 첫 태극마크였다. 그 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던 선수라 전 감독에게 ‘도대체 송범근이 누구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전 감독은 자신과 약속대로 요즘 U-20 월드컵에서 펄펄 나는 제자를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 때도 송범근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전 감독은 “범근이는 한국 축구의 넘버 원 수문장이 될 수 있는 선수니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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