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훈련을 하루 앞둔 29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지난 21일 이후 8일 만으로, 올해 들어 9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의 수위를 떠보면서, 내달 초 동해에서 실시될 미 항공모함의 해상훈련에 맞선 도발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오전 5시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450㎞로, 한미 양국이 추가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대통령께는 관련 상황이 즉시 보고됐으며 (대통령은) 오전 7시30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개최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3월 22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당시 미사일은 발사 직후 폭발했다. 원산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잠수함 기지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북한의 SLBM 추가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3월 6일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인 스커드-ER 미사일 4발을 발사해 모두 1,000㎞를 날아갔다. 따라서 이번 스커드 미사일 발사와 사거리 450㎞는 북한이 도발에 나서되 수위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발사장소가 내륙이 아닌 위험부담이 덜한 해안가인 점에 비춰, 북한이 또다시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2월 12일과 이달 21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발사해 각각 500여㎞를 날아간 북극성 2형 미사일은 모두 SLBM과 같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한번 주입한 뒤에 이동하며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정보자산으로 발사징후를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은 27일에는 우리의 패트리엇과 비슷한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을 시험발사 했다.
북한이 이처럼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과 2016년에 두 차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과 북극성 1호(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들어 고체연료 미사일인 북극성 2호와 사거리를 늘린 화성 12호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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