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창조경제센터의 한숨 “시행착오도 자산… 폐지보다 혁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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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창조경제센터의 한숨 “시행착오도 자산… 폐지보다 혁신을”

입력
2017.05.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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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르포

KT 참여해 ICT 스타트업 지원

100개 기업들 1010억원 유치

“사업 기획단계부터 도움 받아”

“대기업과 일한다니 해외서도 신뢰”

#2

기업들 “센터서 대기업 빠지면

기존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같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박근혜 정부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어떻게든 수술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 상징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과 손잡고 2014년 9월부터 전국에 세운 창조센터는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앞장서왔다. “대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19일 미래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대기업과 연계를 없앤다는 내용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선안’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대기업 할당은 유지하면서 지역 사정과 맞지 않는 부분만 개선하면 좋은 정책이니 방안을 다시 마련해보는 게 좋겠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혁신센터투자 현황

지난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부의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입주 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논란을 의식하지 않는 듯 평소처럼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에게 창업이란 정치적 이해와는 관계 없는 생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창조센터가 새 정부에서 당연히 없어져야 할 것인 양 인식되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입을 뗀 백세현 경기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우리에게는 소중한 일터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센터는 전국 17개 센터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곳으로 꼽힌다. 참여 기업은 KT다. 판교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밀집한 지역인데다 KT의 주력 사업도 통신인 만큼 경기센터는 ICT 관련 스타트업 지원에 특화했다. 지난해 12월까지 경기센터가 지원한 업체는 총 100곳으로 먼저 문을 연 대구(352곳), 경북(475곳) 등 선배 센터들과 비교해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성과는 압도적이다. 이들 100개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 총액은 1,010억원으로, 대구(155억원), 경북(155억원) 등을 크게 웃돈다.

KT는 경기센터 입주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협대역 사물인터넷(IoT) 감지기(센서)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 테크플렉스의 윤병호 대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KT와 함께 공부하고 우리가 만든 기기를 KT 통신망에서 시험할 수 있어서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뒤를 든든히 받쳐줬기에 유명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해외 굴지 업체들과도 연이 닿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착용형(웨어러블) 기기, 인터넷(IP)TV를 연결한 실내 자전거를 2015년부터 KT에 공급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오아이티의 김종구 연구소장은 “해외에서는 KT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보증이 되더라”라며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도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 힘만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열린 'Global Sources 2016'에 KT 지원으로 참여한 지오아이티 부스에서 방문객이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내 싸이클을 체험해보고 있다. KT 제공

이들은 창조센터에서 대기업이 빠지면 기존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표는 “대기업 연계가 끊어지면 정부가 아이디어를 평가해서 가능성 있는 업체에 창업 자금 등을 지원해 주는 식의 기능만 남을 것”이라며 “이름만 다른 지원 프로그램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덩치가 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지원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업에 생존을 내건 스타트업인들은 창조센터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창조센터가 완벽하기 때문에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백 팀장은 “업체 당 지원 기간이 6개월~1년으로 짧고 센터 간 연계가 느슨한 점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창조센터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시행착오 자체가 자산이기 때문에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창조센터는 이제 두 살 된 아기와 같다”며 “다른 옷을 입혀서라도(이름을 바꾸더라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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