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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판하면 적폐? 정치 얘기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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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판하면 적폐? 정치 얘기 안 할래요”

입력
2017.05.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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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렬 지지 ‘문빠’ 공세에

자기검열하며 입 닫는 사람도

“남의 의견 원천봉쇄하는 공격은

건설적 토론 어렵게 만들어”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당분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겁니다.”

촛불집회에 수 차례 참여하고, 대선 기간엔 뉴스 보는 게 낙이었다는 직장인 함모(32)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돌연 “정치에 관심을 끊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다름아닌 ‘문빠’라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부 극렬 지지자 때문.

본인 역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리 이니(대통령 이름 끝 글자를 딴 애칭) 하고 싶은 대로 다 해’가 유행어로 도는 등 무비판적이고, 절대적인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함씨.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조건 옳다, 잘한다고만 하는 건 대통령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글을 올렸다가 “순식간에 ‘적폐’로 몰렸다”는 게 그의 얘기다. “‘꺼져라’ ‘한 표 던졌다고 건방지게 가르치려 드냐’ 등 쏟아지는 댓글에 피로감이 몰려왔다”는 그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의 ‘문’도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커뮤니티도 탈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 남짓 지난 28일, 열린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에 연일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도리어 입을 닫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통령지킴이’를 자처하는 일부 지지자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고 욕설, 인신공격까지 일삼는 탓이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선 일부 국회의원이 문자폭탄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통령이 ‘소통’을 말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지자가 보이는 극단성이 역설적으로 ‘자기검열’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소통단절의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대선 TV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저는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두고 (문재인 지지자인) 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 여성 인권 증진을 늘 얘기하던 친구가 ‘동성애를 싫어할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말해 놀랐다”고 했다. 김씨는 “일부 문빠들은 ‘문재인 정권에 흠집이 나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들에 갇히는 등 건설적인 토론이 성립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자중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 비율이 높은 온라인커뮤니티에 자주 글을 올리던 한 주부는 “‘빠가 까를 만든다(극단적 지지자들이 반대세력을 키운다는 뜻)’는 말을 듣고 뜨끔했다”며 “지지했던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게 의리라는 생각에 얼마 전까지 댓글부대원으로 활동했는데 결국 자기만족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문빠’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면서 자유로운 의견 표명마저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남의 의견을 원천 봉쇄하는 식의 통념을 넘어선 과도한 공격은 건전하거나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남다른 소통 행보를 보며 “제대로 된 소통”을 요구하는 직장 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5년 차 직장인 최모(32)씨는 “대부분 상사들이 시간을 따로 만들어 (부하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혼자 이야기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소통에서) 중요한 건 ‘들으려는 의지’인 것 같다”며 “조만간 회식자리에서라도 ‘문재인식 소통이 대세’라고 넌지시 말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상사들도 “변해야 한다면 변하겠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남모(40)씨는 “귀를 막고 입만 여는 리더십이 통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도 소통에 이토록 애쓰는데 더 작은 단위 리더들이 못할 게 없지 않느냐”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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