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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전입은 부동산 투기 등 비리 목적인지 따져 봐야”

입력
2017.05.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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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비리 배제’ 일괄 적용 무리

1970~80년대 관행 지금과 달라

원칙 고집 땐 인재 등용 어려워

검증 가이드라인은 금지 사항만

최소한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고의ㆍ상습 가려야

김진표(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과정에서 잇따라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직 임용 기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소모적인 여야 간 대치를 막기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도 무차별적인 일괄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포괄적으로 재단하는 인사검증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가지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조건을 액면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기 어렵다는 대목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긍했다. 인사청문회 도입 시기인 2000년과, 청문 대상인 정무직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이 살았던 1970~80년대의 관행이 서로 다른 만큼, 현재 기준만 들이대 재단할 경우 가용 인재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택 구매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중개인이 관행적으로 실제 가격보다 계약서상 가격을 줄여 세금을 덜 내게 해주곤 했다”며 “이게 지금 문제되는 다운계약서”라고 했다.

특히 위장전입의 경우 의도(고의성) 및 빈도(상습성)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주민 통제 용도로 만든 현행 주민등록법의 시대착오성이 국민 대다수를 범법자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등 비리가 목적인지를 판단해 비난해야 한다”며 “부조리한 주민등록법은 폐지까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식적으로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이 있을 수 있고 생활형 위장전입이 있을 수 있다”며 일괄 매도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임용을 위한 검증은 금지해야 할 사항만 최소한도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 밖의 행위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반드시 안 되는 것들만 추려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되 합의된 기준은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위장전입이 상습적이고 투기가 목적인 경우 대통령이 무조건 청문 요청을 철회하고, 그게 아니라 오해 소지가 있다면 소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객관적 기준을 만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성공적인 틀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의론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의도적이거나 반복적인 부도덕은 상식에 부합하는 명확한 잣대로 엄격하게 가려내 퇴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한상희 교수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의무를 혼자 피해갔다면 수용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며 “국민적 의무 이행 여부는 공직자의 제1 조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 목적이 명백하고, 가령 관료 등이 재직 당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부당 거래로 부정 재산을 축적했다면 용서될 수 없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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