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형식 메모에 마사회 비판 내용 담겨
민주노총 공공운수 “구조적 문제, 마사회 책임져야”
렛츠런 부산경남 “마사회 개입여지 없어”
국내 유명 마필관리사인 박경근(3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가 남긴 유서형식의 메모에서 한국마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발견, 마필관리사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박씨의 죽음을 비정상적 고용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장했다. 반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측은 마필관리사는 조교사 개인에 고용돼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박씨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마필관리사 박씨가 27일 새벽 1시 5분쯤 강서구 범방동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내에서 목을 매 숨진 것을 직장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박씨는 당일 오후 다른 직장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뒤 같은 날 밤 11시 30분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 내 잘못이다. 아들을 잘 키워라”고 말했다. 박씨의 숙소에서는 “X같은 마사회”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모도 발견됐다. 3줄짜리 메모에서 나머지 2줄은 판독되지 않을 정도로 휘갈겨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직장 내 부당한 처우 등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며 “구조적인 문제나 부당한 처우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마필관리사로 조교사를 보조해 경주ㆍ승마용 말을 사육, 관리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마사회가 마주와 계약하고, 마주가 조교사를 고용해 말의 위탁관리를 맡기면 조교사가 다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다. 결국 마필관리사는 조교사라는 개인사업자에게 고용된 형태로 노동 조건 역시 개인인 조교사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과천의 경우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협회가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임금분배와 고용불안이 덜하다”며 “그러나 부산과 경남은 조교사에게 고용돼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박씨가 숨진 당일 성명을 내고 “(박씨는)한국마사회, 마주, 조교사, 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저임금과 노동착취 구조에 저항하던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실질적인 사용자인 한국마사회가 고인의 명예회복에 나서야 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마필관리사와 관련해 마사회 측이 구조적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마필관리사는 조교사라는 개인사업자에 고용된 형태라 그 속에 마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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