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으로 항의하는 민원 전화업무를 장기간 받다가 난청에 걸린 세무공무원이 법원에서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임수연 판사는 경남 일대 일선 세무서 직원 출신 정모씨가 “소음이 심한 전화업무로 생긴 난청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는 1978년 세무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대부분 민원인 상대가 많고 전화업무 비중이 높은 소득세과, 부가가치세과, 징세과와 민원실에서 근무했다. 특히 퇴직 4년 전에는 부가가치세과 계장으로 2년, 민원봉사실 실장으로 2년 근무하면서 체납세금 독촉업무, 체납자 재산압류 및 허가사업 취소 등 항의전화가 많은 업무를 감당했다.
그러다가 2014년 6월 건강검진에서 ‘난청 주의, 이비인후과 진료 요망’ 소견을 받았고, 이듬해 12월 병원에서 양쪽 귀 모두 난청 진단을 받았다. 청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판정이 떨어졌다. 정씨는 난청 문제로 3년 4개월 남은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이듬해 2월 퇴직했다. 한 달 뒤 그는 “재직기간 35년 중 오랜 기간을 민원부서에서 전화업무를 수행하다가 귀가 혹사당해 이 지경이 됐다”며 장해급여(연금)를 신청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난청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정씨가 소음에 노출된 구체적 기간과 통화건수, 통화소음의 크기와 강도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정씨는 불복해 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다시 기각되자 결국 소송으로 맞섰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임 판사는 “공무원연금법에는 공무수행과 질병의 발생ㆍ악화 사이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공무상 질병에 해당된다고 일반적으로 규정돼 있을 뿐 노출기간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다”며 공단의 ‘거절 잣대’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씨가 장기간 소음에 노출됐고 이 공무수행 이외에 난청의 다른 원인이 없다”며 “정씨의 업무형태와 동료들 진술, 퇴직경위 등에 비춰 보면 전화업무 등으로 인한 소음으로 난청이 발생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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