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 최고수와 벌인 세기의 대국에서 전승을 거뒀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柯潔ㆍ20) 9단은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결에서도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27일(현지시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마지막 대국에서 알파고는 커제 9단에게 20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커제 9단은 중반까지 알파고의 빈틈없는 착수에 힘겹게 맞섰지만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4시간 가까운 대국 끝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로써 알파고는 지난 23일과 25일에 이어 커제 9단과의 세 차례 대국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1국에서는 289수 만에 백 한집 반 승, 2국에선 155수 만의 흑 불계승을 거뒀다. 저우루이양(周睿羊ㆍ26) 9단 등 중국 바둑 최고수 5명이 단체로 도전한 26일 상담기에서도 승리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34) 9단과의 대국에 이어 두 번째 치러진 ‘인간 대 인공지능’ 간 바둑 대결은 이렇게 인공지능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우승상금 150만 달러(약 17억원)는 알파고가 차지했고 커제 9단은 대국료로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는다.
마지막 대국에서 커제 9단은 딥마인드 측에 요청해 승률이 높은 백돌을 쥐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09차례 대국에서 백돌일 때 승률이 77.2%(44승 13패)로 흑돌 승률(65.4%ㆍ34승 18패)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 앞에서 돌의 색깔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커제 9단은 1ㆍ2국과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알파고의 착수에 당황해 머리를 쥐어 잡고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도 되풀이했다. 대국 후반에는 10여분 만에 자리에 돌아온 뒤 눈가를 닦으며 울분을 삼키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커제 9단과 알파고 대국을 해설한 이세돌 9단은 “최선을 다한 커제 9단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격려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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