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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벼랑 끝 대치 9년 만에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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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벼랑 끝 대치 9년 만에 ‘물꼬’

입력
2017.05.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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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민간단체 대북접촉 첫 승인

6ㆍ15공동선언 기념행사도 재개 가능성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 관계자들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이수훈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 관계자들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이수훈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 뒤 처음으로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전면 중단됐던 남북 간 민간교류의 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길게 보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보수정권 9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던 남북 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는 첫 발걸음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새 정부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위원회도 이날 남북간 경제협력 구상을 담은 ‘한반도신경제지도’와 대북 정책의 국민적 지지를 위한 ‘통일국민협약’ 체결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대북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했다.

통일부는 26일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신청한 대북접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이달 초 남측 대북지원 단체로는 가장 먼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남북 간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 협의를 위한 북한 주민 접촉을 신청한 바 있다. 이외에도 새 정부 출범 후 20여곳의 단체가 대북 접촉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6ㆍ15 공동선언 기념 행사를 위해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대북 접촉을 신청한 상태다. 이 단체의 대북 접촉이 승인되면 200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6ㆍ15 공동기념행사도 9년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인도적 대북 지원과 관련된 대북 신청은 순차적으로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에 구애 받지 않는 최소한의 남북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남북간 교류 범위를 인도적 지원에서 사회ㆍ문화ㆍ스포츠 방면으로 점차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통일부의 업무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그랜드 플랜도 제시했다. 자문위의 이수훈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은 “지난 9~10년 사이 통일부가 너무 어렵게 됐다. 남북관계도 최악”이라고 최근 상황을 지적하면서 “(대북) 제재 압박 국면에서 우리가 모멘템을 만들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한다는 국민적 열망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가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일자리와 경제위기의 외적 돌파구로서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이 대단히 중요한 핵심”이라면서 “지난 시기 남남갈등이 있었는데, 우리가 통일 문제를 놓고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는 ‘국민대협약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ㆍ4 남북공동성명 등 (남북간) 여러 합의가 사문화됐는데, 남북간 조약에 준하는 기본협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 남북을 환동해권ㆍ환서해권ㆍ중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묶어 남북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구상인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비롯해 여ㆍ야ㆍ정 시민단체들이 공동 참여하는 ‘통일국민협약’과 남북간 새로운 정세를 반영한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통일부의 대북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 개선의 큰 그림을 품고 있지만,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는 환경을 구축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20일도 되지 않은 기간에 두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최고의 압박과 개입(대화)’이라는 대북 기조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아직까지 대화보다는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꺾기 위한 압박에 집중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서두르다 역풍을 맞기보다 민간 교류 확대를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탐색전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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