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퇴 12년 만에 졸업식 축사 위해 방문
“여러분은 내가 못한 일을 해내” 농담
“평등 재정의해야… 모두 목적의식 갖자”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3)가 12년 전 중퇴한 하버드대학으로 돌아와 졸업식 축사를 했다. 역대 연사 중 최연소인 저커버그는 젊은 세대가 불평등과 극단주의, 고립주의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모든 이에게 목적 의식을 불어넣자고 역설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찾은 저커버그는 “여러분은 내가 하지 못한 일(졸업)을 해냈다. 이 연설을 마치면 내가 하버드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완수하게 되는 것”이라는 가벼운 농담으로 축사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2005년 하버드를 중퇴한 그는 졸업생들을 향해 “우리는 모두 같은 ‘밀레니얼 세대’”라며 친밀감을 표시한 뒤 “개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 모두 목적 의식을 갖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인의 행복 추구가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이어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불평등, 이로 인한 증오와 극단주의의 확산 등에 휘말릴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평등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며 “기본소득 지급처럼, 실패한 이가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소외 계층의 불만을 불씨로 한 포퓰리즘의 득세를 막는 일이 새 세대의 임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아울러 “우리 세대의 싸움은 자유·개방·세계공동체 진영과 독재·고립·국가주의 진영의 싸움”이라며 “이런 싸움을 국가나 국제질서 단위가 아닌 개별 공동체 단위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한편 저커버그는 학창 시절에 대해 “하버드에서 가장 좋은 기억은 (아내) 프리실라 챈을 만난 것”이라며 “3일 안에 퇴학당할 것 같아 빨리빨리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이 올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한 ‘민심 투어’ 이야기를 하며 소년원에 있는 어린이와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들을 만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하버드대로부터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축사는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례적으로 사회적 책임 강조
‘가짜 뉴스’와의 싸움 여부 주목
SNS가 범죄와 증오 발언, ‘가짜 뉴스’ 등을 전파하는 중심지로 지목되는 가운데 저커버그의 연설이 나온 점도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저커버그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SNS 창업자들은 매체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사회적 쟁점에 중립을 표방해 왔으나 페이스북 수장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공개된 페이스북 내부 검열 지침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논란이 있는 주제에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게시물 제재에 비교적 유연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페이스북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동체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길 원한다. 더욱 안전하고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공동체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축사 역시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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