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해 2020년부터 시작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사실상 법 시행이 무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26일 종교인 과세와 관련,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것은 찬성이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종교인들에게 당연히 세금을 물려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전혀 준비돼 않아 오히려 혼란만 유발할 수 있다”며 시행 기간 유예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논란 끝에 2015년 12월 법제화된 종교인 과세는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종교인 개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차등부과하는 것으로 당초 201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사례를 들어가며 유예기간 연장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혼자 사찰에서 생활하는 스님이 절반 이상인데 불자들이 주는 돈을 사찰 유지비용으로도 사용하고 생활비로도 쓰기 때문에 가사와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 어떻게 과세할지 문제다. 회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를 들어 한 목사가 외국 선교사업에 큰 돈을 기부했다면 이를 비용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과세를 시작하면 탈세 제보만 곳곳에서 쏟아져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과세기준 등에 대한 준비 기간을 거론하며 시행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그는 “꼭 2년 유예를 고집하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입법으로 준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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