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이후 수사 기밀 유출을 두고 영미 간 갈등이 빚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출자에 대한 공식 수사와 엄벌을 공언하고 나섰다. 미국이 최대 혈맹인 영국 달래기에 나선 측면도 있지만, 국내적으로도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보기관을 정조준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후 첫 유럽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찾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맨체스터 테러 기밀 보도와 관련해 “법무부와 관련 기관들이 이번 정보 유출에 대해 완벽히 재검토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기밀정보 유출은 오랜 기간 진행됐으며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진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공언한 후 “가능하다면 유출자는 법에 규정된 최대 한도에서 기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도 관련 절차를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일단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앞서 맨체스터 테러에 관해 현지 경찰이 발표하지 않은 기밀 정보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줄줄이 보도되자, 이번 사건에 국한해 미국과 정보 교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입장 발표에 더해 백악관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영국과 관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자, 런던경찰청은 바로 정보 공유를 재개한다며 유화 모드로 선회했다. 다만 영국 정부 내부와 수많은 동맹국으로부터 여전히 미국의 허술한 기밀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번 발언은 또한 최근 러시아 연계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 내용,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 등 내부자 정보 유출로 고전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를 잡은 셈이다. NYT는 “트럼프는 기밀 유출이 자신을 돕는지 해치는지 여부에 따라 이에 대한 입장을 번복해 왔다”며 “트럼프의 행보는 법무부에 대한 백악관 영향력을 줄이려는 역대 대통령의 행보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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