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ㆍ폭력 집회때만 배치 방침
靑 ‘인권친화 경찰’ 발언 영향인 듯
경찰이 앞으로 집회현장에 차벽과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평화적인 시위에 국한해서다. 불법·폭력 집회로 판단될 경우에는 기존처럼 차벽 등을 동원할 방침이다.
26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인권을 만나다’를 주제로 한 인권 워크숍에 참석한 이대형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집회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내일(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집회, 시위, 경찰 인권 문제 등을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관은 이어 “집회 주최 쪽이 자율적으로 집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기조가 바뀔 것 같다”면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집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 상황을 협상으로 해결하는 스웨덴처럼 (집회문화가)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경찰력까지 언급한 것은 이 담당관의 실수”라며 “살수차와 차벽은 원칙적으로 동원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하루 앞서 ‘인권친화적 경찰 구현’을 주문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이다.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친화적인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경찰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조 수석의 주문에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시위 진압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차벽과 살수차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외 단서로 삼은 불법·폭력 시위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다름아닌 경찰”이라며 “폭력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차벽과 살수차를 설치하겠다는 건데,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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