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 판례가 무리하게 적용됐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했다.
인천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배임죄를 규정한 형법 355조와 356조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안의 발단은 퇴직근로자가 영업비밀 아닌 자료를 활용해도 처벌이 된다는 판결에서 비롯됐다.
수도권지역의 한 기계설비 회사에서 일하던 서모 씨는 2008년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기계설비에 관한 도면 파일을 가지고 나왔다. 이후 서 씨는 2009년 이전 직장과 같은 업종의 회사를 차렸고, 들고 나온 도면 파일을 활용해 제품 생산에 참고했다. 그러자 이전 직장 대표는 서 씨가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활용했으니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 씨의 영업비밀은 비밀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다시 부정경쟁방지법이 아닌 배임죄로는 처벌할 수 있다며 서 씨를 재판에 넘겼고, 실제 서 씨는 이 대법원 판결대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죄 선고에는 대법원 판례가 영업비밀이 아니라도 ‘영업상 주요 자산’을 퇴직자가 활용하는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퇴직근로자가 사용한 게 영업비밀이 아니면 죄가 되지 않는데, ‘영업상 주요자산’을 쓰면 배임죄로 처벌하는 무리한 판례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사법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해석, 적용하는 국기가관이지 영업비밀과 구별되는 아류를 창설할 권한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회가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미묘한 정보이용 관계를 균형있게 규율해 놓은 것을 사법부가 권한을 초월한 법 해석으로 사법질서를 깨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행법상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대상은 법률이나 국가의 처분에 한정된다”며 “이번 이번 위헌 제청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동진 (48·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무죄판결한 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가 정직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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