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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기후변화 숙제 받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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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기후변화 숙제 받은 트럼프

입력
2017.05.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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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바티칸시티=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바티칸시티= 로이터 연합뉴스

“당신이 말씀한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24일(현지시간) 바티칸의 교황관저인 사도궁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30분간 ‘세기의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남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교황은 스페인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이 평화의 도구가 되어 달라”고 권유했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이민자, 멕시코 장벽 건설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나눈 대화 주제는 평화와 기후변화, 테러리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변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에 건넨 선물 때문이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뭇가지가 새겨진 메달 이외에도 자신이 쓴 책 3권을 선물했는데 이 중 한 권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평소 기후변화를 ‘거짓말(hoax)’이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황은 넌지시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권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파올로 젠톨리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교황은 대단한 분, 교황과 함께 한 시간은 영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협상, 종교 간 대화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 중동 내 크리스천 보호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행 에어포스1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기후변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촉구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황으로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메시지와 ‘숙제’를 받았지만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응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바티칸 방문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전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해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면담한 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전부터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고 미국에 의존하기만 한다고 지적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에 도착한 24일 브뤼셀 거리 곳곳에는 반(反) 트럼프 행진이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 및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우리는 트럼프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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