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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아버지'가 말하는 바둑 이후의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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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아버지'가 말하는 바둑 이후의 인공지능

입력
2017.05.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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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이기기 위한 학습 아닌

에너지ㆍ의료 등 과제 해결 목표

충분히 인간 제어 범위 안에 있어

“알파고가 스스로의 스승된 것이

새로운 알파고의 핵심” 강조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의 미래 포럼’ 무대에 올라 알파고의 바둑 학습 훈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알파고는 25일 세계 랭킹 1위인 커제(柯潔) 9단을 상대로 두 번째 완승을 거머쥐었다. 우전=연합뉴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의 미래 포럼’ 무대에 올라 알파고의 바둑 학습 훈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알파고는 25일 세계 랭킹 1위인 커제(柯潔) 9단을 상대로 두 번째 완승을 거머쥐었다. 우전=연합뉴스

“지금의 알파고는 인간을 이기기 위해 학습하지만, 앞으로는 인류를 위해 과학의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것이다.”

알파고를 만들어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이기는 존재로 한정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현재는 규칙을 기반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짧은 시간에 계산해 내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을 이기려 들 뿐, 결국은 인간의 완전한 제어 안에서 인류를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하사비스가 생각하는 알파고의 미래다.

25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바둑의 미래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하사비스 CEO는 “AI는 수백만 개의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실행하는 명령어들의 순서)의 집합으로 반복하는 모의실험의 결과물이고, 바둑은 매우 복잡한 게임이라 AI와 바둑을 접목한 알파고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 많은 경우의 수로 승률을 예측해야 하는 바둑이 AI 도전 대상으로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알파고는 예상대로 세계 랭킹 1위인 커제(柯潔ㆍ20) 9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 3시간 여 진행된 대국은 155수 만에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특히 대국 초반 알파고는 커제 9단이 지난 23일 1국에서 두던 수를 그대로 배워 따라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대국을 직접 지켜본 김성용 9단은 “알파고가 불과 바로 전 대국에서 커제 9단이 두던 방식을 흡수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인간이 예측하기 힘든 수를 계속 뒀다”며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만 해도 인간 기사의 승산이 있었는데 이젠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간을 능가하는 알파고의 진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알파고 덕에 가능했다.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는 “알파고는 자신과 수없이 대결하면서 전에 없던 수를 만들어 내고 그 수의 결과를 축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빨리 파악해 고칠 수 있게 됐다”며 “알파고가 스스로의 스승이 된 것이 새로운 알파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 연산과 예측 성능은 인공신경망이 결정하는데 지난해 12개 계층을 활용했던 알파고는 올해에는 40개 계층을 쌓아 더 두터운 인공신경망이 적용됐다.

알고리즘의 효율성도 지속적으로 높인 결과 현재 알파고의 수준은 수개월 걸리던 훈련 시간을 주 단위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 하사비스 CEO는 “앞으로 알파고의 혁신을 에너지절약, 의료 등 분야에서 활용해 세상의 중요하고 복잡한 과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구글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후 알파고 시스템 일부를 내부 데이터 센터 냉각 솔루션에 탑재해 전기 사용량을 40% 절감시킨 바 있다.

이번 알파고의 2연승으로 사람은 AI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증명되면서 AI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는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 ‘게임을 이겨라’는 목표를 설정한 건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사람이 설계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작동하기 때문에 충분히 인간의 제어 범위 안에 있다”며 “인류와 함께 엄청난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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