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애견카페서 버림받았어도… ‘개맑음’ 폭스테리어

[가족이 되어주세요] 115. 네 살 폭스테리어 종 렉스

폭스테리어 종 렉스는 입양된 애견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버려졌지만(왼쪽) 지금은 ‘순수한 영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밝고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유행사 제공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00m 떨어진 공터 노란 천막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유기동물을 돕는 자원봉사 모임인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이 유기동물의 입양을 돕는 행사를 엽니다. 노란 천막 아래에는 봉사자들과 가족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들이 입양 상담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데요. 노란 천막 옆에는 또 하나의 작은 텐트가 있습니다. 텐트 안엔 이번 코너의 주인공 폭스테리어 종 ‘렉스’(4세·수컷)가 있습니다.

렉스는 활동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아직 집에서 사랑받으며 생활한 적이 없는 탓인지 외부 환경에 겁이 많은 편이다. 유행사 제공

렉스는 강아지 일 때 이른바 ‘애견 카페’에 분양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음료도 마시고 개들과 놀 수 있도록 꾸민 곳이었는데요. 애견 카페 주인은 많은 대형견들을 같이 키우면서 렉스까지 돌봐줄 여력이 없었나 봅니다. 폭스 테리어 종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전 영국에서 여우를 많이 사냥한 개로 키워졌는데요, 그만큼 활동성이 좋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다른 개들과 함께 지내야 했던 렉스는 산책도 많이 못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른 개친구들을 보면 짖고 덤벼들게 됐어요. 애견 카페를 운영하던 주인은 카페 문을 닫으면서 골칫덩어리가 된 렉스를 버렸고, 렉스는 시보호소로 옮겨졌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조자가 렉스를 데리고 나오면서 2년 전부터 유행사 캠페인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개들과 잘 지내지 못하다 보니 입양 행사장에서도 렉스만 따로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개모차를 탄 개들을 본 기억이 남은 렉스는 이제 유모차에 탄 아이를 보고도 짖기 시작해서 봉사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렉스는 천상 폭스 테리어 종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해요. 활동가들의 걱정은 크지만 정작 렉스는 이 상황도 그저 재미있고 신나는 상황인 겁니다. 텐트 안에서는 거칠 것이 없는 렉스이지만 실제론 겁이 많아요.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나 공사 중인 소리에도 꼬리를 내리고 무서워하며 망부석이 된다고 합니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한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훈련소에서 짖음이나 공격성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렉스는 애견 카페와 훈련소에서만 지내봤기 때문에 실제 가정에서는 영역표시를 하는지, 짖음은 없는지 등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주말까지 활동가의 가정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습니다.

봉사자들은 폭스 테리어 종의 외모에만 이끌려 입양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모든 폭스 테리어 종이 그런건 아니지만 워낙 활동적이고, 힘도 좋은 ‘개너자이저’(개+에너자이저의 합성어)들이라 다른 개들보다도 산책도 많이 해야 하고 사랑도 듬뿍 담아줘야 한다고 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집밥을 먹어보지 못한 렉스가 부족한 점까지도 보듬어주며 함께 해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