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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군단의 ‘안경 에이스’ 계보 잇는 박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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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군단의 ‘안경 에이스’ 계보 잇는 박세웅

입력
2017.05.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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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이 24일 부산 SK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 박세웅이 24일 부산 SK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롯데 제공

‘구도’ 부산의 롯데 팬들은 ‘안경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잊지 못한다. 1984년과 1992년 롯데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 안경을 쓴 오른손 투수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지며 팀 우승을 이끌었고, 1992년 염종석은 신인 첫해 17승과 포스트시즌에서 4승을 거둬 두 번째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들의 상징은 ‘투혼’과 ‘금테 안경’이었다.

최동원과 염종석을 잇는 ‘안경 에이스’에 목말랐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투수가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오려고 한다. 금테 안경은 아니지만 고글을 쓴 박세웅(22)이 올 시즌 잠재력을 꽃피웠다. 그는 24일 부산 SK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3개를 내주고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 막았다.

팀이 5-1로 앞선 8회초에 시즌 6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한 탓에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다만 8회말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SK 구원 투수 문광은을 상대로 재역전 2점포를 터뜨리며 팀의 7-5승리로 웃을 수 있었다. 박세웅의 이날 호투는 고 최동원이 태어난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북고 시절 초고교급 에이스로 평가 받은 박세웅은 2014년 kt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 5월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꾸준한 등판 기회를 받았지만 적응 과정을 거쳤다. 2015년 1군 첫해 2승11패 평균자책점 5.76, 2016년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시속 150㎞에 가까운 빠른 볼과 주무기 포크볼을 앞세운 박세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커브의 달인’ 김원형 수석코치에게 커브를 전수받아 새 무기를 더했다. 지난 2년간 경험을 쌓은 데다가 안정감까지 찾은 박세웅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승2패 평균자책점 1.85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또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단 한 개의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박세웅이 확실히 선발 투수로서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날 롯데는 박세웅의 호투로 초반 분위기를 잡았지만 8회초에 박시영이 홈런 2개, 장시환이 홈런 1개를 SK 타선에 허용해 다잡은 경기를 놓칠 뻔 했다. 전날에도 3-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초에 동점을 허용해 연장까지 갔다가 힘겹게 재역전승을 거둔 것처럼 이날 역시 동점을 내준 뒤 곧바로 이어진 8회말 공격에서 번즈의 홈런포로 진땀승을 거뒀다. 손승락은 전날 블론세이브를 한 충격을 딛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8세이브째를 수확했다.

고척에서는 NC가 넥센을 5-4로 꺾었고, 대전에서는 KIA가 한화를 9-3으로 제압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고 23일부터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한화는 6연패 늪에 빠졌다. 한화 김태균은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밟아 77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잠실 라이벌전에서는 두산이 LG를 2-1로 눌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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